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팻말 위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뉴스1
금융위원회가 어제부터 내년 6월 25일까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재작년 5월 이후 코스피 200, 코스닥 150 종목에 한해 허용하던 공매도를 모두 금지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 영향으로 어제 증시는 거래가 일시 중지될 정도로 폭등했다. 하지만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로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는 줄고, 증시 선진화는 더 멀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그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내려야 이익을 낼 수 있고,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다 보니 개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해 왔다. 홍콩 소재 외국계 투자은행(IB) 두 곳이 주식을 안 빌리고 공매도하는 불법 거래를 해 온 사실이 최근 적발돼 그런 의심은 사실로도 확인됐다.
문제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뚜렷한 실적 없이 급등한 종목에 대한 공매도는 주가 거품을 빼 제값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선진국 지수 편입조건에 ‘자유로운 공매도 허용’이 들어 있는 건 해외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하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금융위는 금지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반대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 둘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에는 그나마 국제적 위기란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다. 정치 논리로 자본시장의 격을 스스로 깎아 먹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