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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인요한에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들이 약을 먹어야”

입력 | 2023-11-07 15:48:00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이) ‘당신이 의사냐’고 칭찬을 해줬다”며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들이 약을 안 먹으면 어떡할 것이냐’, ‘약을 먹어야 한다’,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좋은 말씀이었다. 저도 공감했고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인 혁신위원장은 최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징계를 전면 취소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는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대한 표심이 뭔지 잘 인식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인식이 아직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적절히 잘 선택해 혁신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어떤 약을 안 먹고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 혁신안이라는 걸 여러 개 만들어 냈는데, 거의 무슨 반응이라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원들이 거기(혁신안)에 순응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대한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위원장으로서 답답할 수밖에”라며 “예를 들어 ‘당대표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 두 단계가 있어서 위원장으로서 운신의 폭이 클 수 없는 것이다. 위원장으로서 자기 소신을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관철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도 약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최종적으로 용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며 “그쪽에서 아무런 소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 당이야 거기만 쳐다보는 사람들인데 변화가 있겠느냐”고 했다.

인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 친윤계 의원 등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포기한 예가 두세 건 밖에 없다. 지금 인 혁신위원장 말대로 스스로 좀 자진해서 해보라는 얘기는 그 사람보고 정치 그만하라는 얘기랑 같은데, 인생을 걸고 해왔는데, 그만두겠냐”고 말했다.

‘험지 출마의 효과가 별로 없을 거란 말씀이냐’는 질문에 김 전 비대위원장은 “험지 출마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그게 무슨 아무나 가져다가 내놓으면 당선된다는 게 아니다. 아마 자기 지역구를 지방에서 서울로 옮겨서 당선된 게 정세균 전 국회의장 하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준석 신당과 관련해 어떤 성공 요인이 필요하다고 보시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이 진짜 이번 계기에 우리나라 정치판을 바꿔줘야 되겠다, 그렇게 판단하면 성공하는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나”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