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배임·뇌물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7/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에 관한 재판에서 “처음에는 대장동 의혹을 다 떠안고 죽을 생각이었다”며 “한때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밝혔다.
유 전 직무대리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배임·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열고 유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 6월 17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이후 5개월 만에 이 대표와 대면했다. 다만 이날 신문은 정 전 실장에 대한 것인 만큼 두 사람이 직접 말을 섞지는 않았다.
유 전 직무대리는 검찰이 2021년 9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녹취록을 들고 갔다는 이야기를 정 전 실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중 ‘제가 다 책임지겠다, 제가 다 묻고 가겠다’고 말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때는 사실 죽을 생각이었다”며 “그때 당시 제가 제일 보호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죽으면) 중간 고리가 잘리니까, 이 대표를 위해 해준 일들을 누구도 증언할 수 없지 않나”라며 “만약 제가 죽고 없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음에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뻔뻔하게 증언하는 것들을 훨씬 더 심하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때 (이 대표, 정 전 실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 “李가 통화 기록 부담스러워 해…정진상이 휴대전화 바꾸라 지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뉴스1
검찰은 이날 정 전 실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언급하며 유 전 직무대리에게 비교적 보안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과 아이폰을 사용한 이유를 물었다. 정 전 실장은 지난 2021년 9월 압수수색을 받던 유 전 직무대리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가 통화 내역이 남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며 “정 전 실장이 아이폰으로 바꾸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바꾼 이후부터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앱을 통한 대화가 많았다”라며 “녹음이 안 됐었으니까, 저까지 의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9월, 유 전 직무대리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가장 후회되는 일로 휴대전화 교체를 꼽은 바 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당시 “내가 그때 갤럭시 휴대전화로 통화 내용을 다 녹음해 놓았으면 정 전 실장과 이 대표가 나를 최측근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소송 대응용 ‘법조방’에 최재경 소개 변호사 있었다”
이날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단체 메신저 방인 ‘법조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유 전 직무대리는 “(법조방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사건을 담당했던 A 변호사 등과 자신이 함께 있었다”며 “이 법조방에는 50억 클럽과 허위 녹취록에 언급된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이 대표에게 소개해 준 변호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전 실장이 ‘검찰 출신 변호인이 필요하다’며 최 전 수석에게 연락해 보라고 했다”며 “그(최 전 수석)가 A 변호사를 소개해 줬고, 경기지사 공관에서 이 대표와 저, A 변호사와 함께 저녁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그날 저녁 이후 (선임 이야기가) 없다며 최 전 수석에게 연락이 왔고, 정 전 실장과 상의해 직접 이 대표를 만났다”며 “이 대표는 ‘나는 있으면 좋은데 돈이 없잖아’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전 수석과 통화를 해 ‘비용은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이를 이 대표에게 말했는지 정 전 실장에게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재경 형님이 걱정하지 말랍니다’라고 전달하자 A 변호사가 (1·2심 변호인단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해당 채팅방은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비밀방으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꾸며 이 방에서 나오게 됐고, 다시 초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檢 “위례 개발 치적으로 활용” vs 李 “성남시는 관여한 적 없어”
이날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주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선거를 위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을 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대표 측은 해당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자체 사업으로 진행한 것으로, 성남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주장 요지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은 유 전 직무대리가 남욱 변호사 등과 결탁해 독자적으로 벌여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은 이 대표의 공약이었고 협상 과정에서 성남시 고위공무원이 참석하는 등 유 전 직무대리가 사업을 몰래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전 직무대리 등이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에서 남 변호사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른 민간업자가 참여할 수 없는 일정의 공모지침서를 구성해 남 변호사 등에만 공유했다”며 “공모지침서 내용 일정을 게리맨더링 하듯 부정하고도 편파적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이 대표 측은 “공약사항을 포기했다가 다시 추진하는 것은 정치인들에게는 흔한 일이다”라며 “위례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일정 협의나 사업자 공고, 사업자 등 모든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한 것으로, 성남시가 공동 참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