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같은 돈 써도 큰 만족 추구… 놓친 혜택 챙겨주는 앱 인기 최저가보다 VIP급 혜택 우선 고가 연필, 지우개도 잘 팔려… ‘짠테크’와 ‘작은 사치’ 동시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유, 계란 등 생필품 가격은 물론이고 외식비, 교통비 같은 생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가까운 거리 걸어가기, 배달음식 적게 주문하기, 영상 구독 플랫폼 해지하기 등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이렇게 씀씀이를 줄인다. 그런데 요즘 소비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소비를 줄이는 절약과 함께, 소비하는 돈의 가치를 높이려는 모습도 동시에 발견된다. 똑같은 1만 원을 쓰더라도 남들보다 더 큰 효용을 누릴 수 있다면, 절약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한 소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가? 첫째, 혜택을 빠짐없이 누리고자 한다. 올해 5월 구글플레이에서 ‘지금 뜨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정된 ‘더쎈카드’는 고객의 마이데이터와 자사의 카드 및 가맹점 데이터베이스(DB)를 매칭해 카드 사용 금액 대비 받은 혜택률을 알려주는 핀테크 서비스다. 소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의 혜택을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는지, 혹시 잊어버리고 사용하지 않은 혜택은 없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업종 등을 기억해 두었다가 추후 신규 카드를 선택할 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카드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멤버십 혜택을 챙겨주는 LG유플러스의 ‘머니Me’ 앱.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돈을 더 가치 있고 아껴 쓰려는 모습이 강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둘째,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VIP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경험할 방법을 찾아낸다. 호텔 숙박이 대표적이다. 메리어트가 스타우드와 리츠칼튼을 통합하면서 론칭한 ‘본보이’, 하얏트호텔의 ‘월드 오브 하얏트’, 힐튼호텔의 ‘힐튼 아너스’ 등은 글로벌 호텔 체인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맴버십 제도로, 숙박 일수를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가입자의 등급이 나뉜다. 등급이 높을수록 레이트 체크아웃, 클럽 라운지 이용권, 룸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등의 특전 혜택이 제공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특정 호텔 체인에서 60일 숙박 요건을 채우는 등 멤버십을 획득하고자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호텔 예약을 도와주는 플랫폼 중에서는 멤버십이 없는 사람도 일시적으로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이트가 인기다. 예컨대 ‘왓 어 호텔’ 같은 사이트에서 숙박을 예약하면 일반 고객도 호텔의 상위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저가 경쟁력이 아닌 혜택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고가 문구류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인트 오브 뷰 성수’의 매장 모습. 포인트 오브 뷰 제공
불경기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가 위축되는 것만은 아니다. 작은 사치를 위한 상품, 구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상품은 불황기에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불황기일수록 소비시장을 획일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숨어 있는 소비 욕망을 세심하게 관찰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