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들어 3.3㎡당 평균 매매가 직거래 3373만원-중개거래 4806만원 직거래 비중 작년 15.8%→올해 6.8% 업계 “올해처럼 가격 오르는 시점엔… 세무당국 의심 살 수 있어 몸사려”
서울 송파구 가락동 A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84㎡. 올해 5월 12억3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6월엔 8억1000만 원으로 4억 원 넘게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그리고 7월에는 거래 가격이 다시 12억 원을 찍었다. ‘널뛰기’ 가격을 보인 두 번째 거래가 앞뒤 거래와 다른 점은 중개사무소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송파구 문정동 B단지 전용 46㎡ 역시 올해 8월 중순 7억4700만 원에 거래되고 2주 뒤 5억 원으로 가격이 급락한 뒤 그다음 달에는 다시 7억5000만 원으로 거래 가격이 뛰었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거래만 직거래였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C단지에서도 5월 초 9억2700만 원에 거래된 전용 59㎡의 실거래 가격이 열흘 뒤 5억8000만 원으로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하락 거래였다. 하지만 이틀 뒤 거래에서는 가격이 다시 9억 원대를 회복했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저렴하게 넘기기 위해 편법 증여를 시도한 사례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개인이 직접 거래한 직거래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공인중개사를 거친 중개거래에 비해 30%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에게 시세 대비 저렴하게 아파트를 넘기는 ‘편법 증여’ 수단으로 직거래가 악용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직거래가 자녀 등에게 시세 대비 저렴하게 아파트를 넘기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증여 목적의 거래는 통상 가족이나 친척 간 거래인 데다 시세와 차이 나는 가격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특수관계인 사이의 부동산 매매 거래 시 거래액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 원’까지 낮으면 통상 정상 거래로 인정해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세였던 지난해에는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대폭 낮춰 ‘편법 증여’에 나서도 세무당국의 의심이 적었지만, 올해처럼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시점에는 시세 대비 눈에 띄게 저렴한 거래 사례가 등장할 경우 의심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직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경우 본래 내야 했던 증여세에 신고불성실 가산세(증여세의 20%)까지 물 수 있다. 가격이 반등할 때는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만큼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도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결국 세금 납부를 피하는 행위인 만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직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