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에서 70년 만에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가 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재위 기간(1952~2022년)에 ‘퀸스 스피치(Queen’s speech)’가 이뤄졌는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7일 의회 개회식에서 연설에 나선 것이다. 찰스 3세는 연설에서 이달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을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은 의회 개원 때마다 국왕이 연설에 나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과제 등을 소개한다. 킹스 스피치는 영국의 입헌군주제 탄생 과정에서 있었던 군주와 의회 간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국왕은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 도착하면 귀족 중심 상원에 있는 왕좌에 앉는다. 찰스 1세 국왕(1600~1649)이 하원을 탄압하다 참수된 뒤 군주는 하원에 입장할 수 없다. 하원의원들이 상원과 하원 내 왕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의회 고위 관료인 ‘블랙 로드(Black Rod)’의 안내로 상원으로 이동해 착석하면 국왕의 연설이 시작된다. 이때 하원의원 중 한 명은 국왕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기 위해 인질로 잡혀 있는다.
국왕이 발표를 할 뿐 연설문 작성은 내각이 한다. 찰스 3세 국왕의 이번 스피치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회기를 맞는 리시 수낵 총리의 중점 정책들이 담겼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 대외 정책 방향과 계획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 국빈 방문도 언급했다. 찰스 3세는 “이달 국빈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올 5월 대관식 이후 초청한 첫 국빈이다.
찰스 3세는 이후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을 위한 노력을 언급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BBC는 국왕이 “장기적”이라는 표현을 8번이나 사용했다며 집권 보수당의 지난달 전당대회 슬로건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 결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지난해 거동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의회 개회 연설을 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때도 퀸스 스피치라고 표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