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인기가 여전할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불출마 요구는 왜 힘을 못 받을까. 트럼프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미 대선을 1년 앞둔 지금도 계속되면서 나오는 질문들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의 6개 핵심 경합 주(州) 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48% 대 44%. 트럼프가 조지아 등 5개 주에서 이겼고, 바이든은 위스콘신 1곳에서 체면을 차렸다. 6개 주는 3년 전 바이든이 모두 이겼던 곳이어서 민주당에 경고음이 더 커졌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인 흑인 히스패닉 3040 세대에서 지지를 키웠다. 흑인 유권자 22%가 그를 지지했다. 흑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서슴없이 비하하던 트럼프를 떠올린다면 놀라운 수치다. 트럼프는 과거 대선 때 흑인 표를 8%(2020년), 6%(2016년) 얻는 데 그쳤다. 그런 흑인들이 마음을 바꿨다. 4%대 경제 성장의 과실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바이든의 정책 부재를 문제 삼았다. 흑인 39%가 바이든 국정을 비판했다. 3년 전 바이든이 얻은 90% 몰표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이다.
▷트럼프는 안보를 더 잘할 것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2곳에서 전쟁에 개입하는 현실이 유리하게 작동했다. 그가 외교적 해법을 지녔다기보다는 체면 안 차리고 발을 뺌으로써 ‘세금 낭비’를 줄여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바이든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지원할 수십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하자 트럼프는 “재건할 곳은 거기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썼다. 찬성한다는 댓글이 끝도 없었다.
▷이쯤 되면 바이든을 향한 불출마 요구가 이어질 법도 하건만 움직임이 거의 없다. 신문에 “고령의 바이든은 한쪽 다리를 관(棺)에 걸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는데도 그렇다. 오바마 백악관의 선임고문이 “바이든은 결단하라”고 썼지만 민주당 핵심부에서 반향이 없다. 오히려 공화당 쪽에서 백악관 안주인이었던 미셸 오바마(59) 구원 등판을 예상하고 있다. 변호사인 미셸은 정무직 경험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수수께끼 같은 트럼프의 인기와 백악관의 침묵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