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올해 첫 텀블러데이 행사에 텀블러(개인컵)를 가져온 시민들이 커피차에서 음료를 받고 있다. (뉴스1 DB)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던 환경부 조치가 철회됐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는 당초 1년으로 설정돼 있던 사용 금지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다. 환경부는 기존 계도기간이 종료돼 정책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는 24일을 앞두고 이렇게 바뀐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내놨다.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비용과 인력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이들의 고충 토로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일회용 컵 쓰레기만 연간 300억 개 가까이 쏟아지는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자체 공무원 1명이 1만 개 업소를 담당하고 있어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유로 댔는데 지난해 정책 발표 때는 이런 현실을 몰랐단 말인가. 실질적인 대안도 마련해놓지 않고 일회용품 사용 관리에 손을 놔버린 것은 무책임, 무능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럽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같은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다.
환경 규제 방안을 꺼내 들었다가 현장의 반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둬들이는 오락가락 정책이 매번 되풀이되는 것도 문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만 해도 잇단 시행착오 끝에 시범 운용 단계에서 폐지된 전례가 있다. 포장 쓰레기를 줄인다는 취지로 시도했던 묶음상품 할인판매 금지 조치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 효율성 약화, 신뢰도 추락,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