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둘째날인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증시 마감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502.37)보다 58.41포인트(2.33%) 하락한 2443.96, 코스닥은15.08포인트(1.80%) 하락한 824.37, 원·달러 환율은 10.6원 오른 1307.9원에 장을 마쳤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공매도 금지 첫날인 그제 역대급 폭등세를 보였던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어제 2% 안팎 급락했다. 전날 상한가로 치솟았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하거나 힘겹게 상승세를 지켰다. 특히 공매도 청산을 위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양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나고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부터 중장기적으로 주가 왜곡과 거품, 외국인 이탈 등의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컸다. 주가 과열을 막고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져서다. 해외 투자가와 외신들이 이번 조치를 두고 “바보 같은 짓”,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공매도가 유독 국내에서 문제가 된 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기관 비중은 98%, 개인은 2%에 불과하다. 주식 강제 처분 기준이 되는 담보비율이나 상환 기간 등에서 투자자 간 차별이 크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들만 피해를 본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대검찰청까지 나서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7월이다. 15개월간 허송세월하다가 이제 와서 전면 금지까지 하며 허점을 바로잡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제도 개선이나 불법 행위 적발은 생색내기에 그쳤고,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는 공매도 주문 시스템 등에 손 놓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질수록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되고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져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이 떠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개미들의 표심을 잡으려다가 글로벌 투자가를 놓치는 일이 생겨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