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환수운동 벌이는 보문스님 “석재 이음새 갈라지며 훼손 심해 100년 걸리더라도 돌려받아야”
15년째 이천오층석탑 환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보문 스님은 “석탑을 볼 때마다 훼손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일본 측은 문화재 보존의 기본 도리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뒤 사진은 일본에 있는 이천오층석탑. 이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갈 때마다 석탑이 웁디다.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일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무려 9만여 점. 무단 반출된 것 중 하나가 도쿄 오쿠라 호텔 뒤뜰에 있는 ‘이천오층석탑’이다. 경기 이천시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에서 2일 만난 보문 스님(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대한불교조계종 평택 자비사 주지)은 “15년째 환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석탑을 찾아가 볼 때마다 훼손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천오층석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출 시 총독부가 석탑의 문화재적 가치를 폄훼했다고 하던데요?
“민간에 양도해도 별문제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죠. 가치 없는 문화재라면 왜 이천에 있는 걸 옮겨서까지 전시했겠습니까. 오쿠라가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가져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석탑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불성설이죠.”
―석탑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고요?
“지난달에도 전문가와 함께 다녀왔습니다만, 석재와 석재 사이 이음새 부분이 많이 갈라져 있는데 이를 시멘트로 붙여 놓았더군요. 몸통과 모서리 모두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요. 문화재 보존 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늘 하는 말이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청구권이 소멸했다는…. 하지만 저희는 결코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문화재 환수라는 게 30년, 50년, 심지어 100년까지도 걸리는 일이니까요. 지난 15년 동안 일본 측과의 협상 외에도 각종 학술 세미나, 서명운동, 지역 내 초중고 순회 교육, 사생대회, 환수 염원탑 조성 등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분명히, 이천오층석탑이 우리 품으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이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