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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법원장 후보자에 조희대 前대법관 유력 검토

입력 | 2023-11-08 03:00:00

尹, 이르면 이번주 후보자 지명
김형두 헌재 재판관도 물망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사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법원에 근본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동시에 사법부 내부에 깊은 신망을 받는 인물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조 전 대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자 발표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균용 전 후보자의 낙마로 대법원장이 40일 넘게 공석인 가운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사법부 수장 인선을 둘러싼 고심을 이어왔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조 전 대법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김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재임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주로 보수적 견해를 냈다. 2020년 3월 대법관 퇴임 후에는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조 전 대법관은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되기 때문에 3년 반 만에 퇴임해야 하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58·19기)도 후보자로 검토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거치며 대법원장 자격을 갖춘 엘리트 법관 풀이 매우 줄어들어 ‘인물난’에 시달렸다. 인선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희대, 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대법관때 ‘미스터 소수의견’


대법원장 후보자로 유력 검토
여권 “사법부 정상화 적임자”
헌재소장 후보자와 경북고 동문
현재 66세, 임명되면 3년반 재임
대통령실은 재판 지연, 법원의 정치화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의 핵심 조건으로 두고 검증을 진행해 왔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은 전임 ‘김명수 코트’에서 올라온 주요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다른 길을 걸었다.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진행된 ‘사법부의 비정상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인물들을 후보로 검증했다”며 “조 전 대법관이 개혁에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전 대법관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당시 조 전 대법관은 대법원장직을 강하게 고사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조 전 대법관의 의사가 후보자 지명 여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조 전 대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학교에 있는 사람”이라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 “보수 성향의 엄격한 원칙주의자”

여권 관계자는 “적어도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전까진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늦어도 이번 주 내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이 후보자로 지명돼 국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경북 성주 출신인 김용철 전 대법원장 이후 37년 만에 대구·경북(TK) 출신 대법원장이 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전 대법관은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지방법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관 퇴임 이후엔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법조계에선 그를 두고 엄격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가 많다. 판결에선 뚜렷한 보수 색채를 냈다. 조 전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한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의 정당성을 심리한 2019년 11월 전합은 7 대 6으로 팽팽히 엇갈렸다. 이때도 조 전 대법관은 “제재가 정당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2020년 1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건넨 지난 정권 청와대 문건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을 땐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맡아 전·현직 사장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주목받기도 했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환경법, 국제거래, 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과 판례 평석을 발표하는 등 법원 내 학구파로 꼽히기도 한다.



● 尹 대통령 퇴임 한 달 후 정년퇴임 변수


조 전 대법관 지명을 둘러싼 핵심 변수는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대법원장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1957년생인 조 전 대법관 정년은 2027년 6월이다. 대법원장에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퇴임(2027년 5월) 한 달 뒤 정년퇴임하게 되는 구조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임기 후반에 펼쳐질 대선 결과에 더해 사법 권력의 변동이라는 변수가 생기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15기)와 같은 경북고 출신이라는 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전 대법관과 함께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에 포함된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58·19기)이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1심 무죄 선고,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1심 벌금형 선고 등 김 재판관의 과거 진보 성향 판결들에 대해 최근 정치·법조계로부터 강한 우려 의견을 전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