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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천하’ 공매도 금지 효과… 급등 다음날 급락 사이드카

입력 | 2023-11-08 03:00:00

외국인 ‘팔자’ 전환, 코스피 58P 하락
“성급한 공매도 금지에 혼란” 지적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이틀째인 7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세에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기준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 국내 주식을 폭풍 매수했던 외국인 투자가가 다시 ‘팔자’로 돌아서면서 7일 국내 증시는 급락세로 반전했다. 코스닥지수는 하락 폭이 커지면서 장중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날 증시 폭등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하루 만에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8.41포인트(2.33%) 급락한 2,443.96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34.03포인트(5.66%) 오르면서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분위기가 꺾였다. 전날 7000억 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1000억 원 넘는 주식을 팔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투자가들도 4000억 원 가까이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도 1.8% 떨어진 824.37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 11시 48분에는 코스닥150선물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1300원 밑으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도 10.6원 급등해 1307.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시가 이틀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공매도 금지 효과가 1일 천하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성급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매도 금지뒤 상승분 절반 빠져… “변동성 커져 개미 피해 우려”


공매도 금지 효과 ‘1일 천하’
급등했던 이차전지株 다시 폭락… 이틀새 천당-지옥 오가 투자자 혼란
정부 “공매도 금지는 필요한 조치”… 野 “총선용 포퓰리즘식 접근 안돼”

공매도 전면금지 효과는 하루뿐이었다. 공매도 잔액이 많았던 2차전지 관련주 위주로 상승했던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하락했다. 전날 역대 최대 폭(134포인트) 급등했던 코스피는 58.41포인트 내려앉으면서 이틀 새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 2차전지주 다시 폭락


7일 2차전지 대표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10.23% 하락한 4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일 기준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잔액(1조3637억 원)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전날 공매도 세력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이른바 ‘쇼트커버링’ 영향으로 22.76% 상승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85% 하락했다는 공시에도 25.30% 급등했던 엘앤에프는 15.29% 추락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각각 11.02%, 4.85% 내렸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하루 만에 바닥났다고 평가했다. 쇼트커버링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상승한 종목 위주로 외국인투자가와 기관투자가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증시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전날 쇼트커버링 등을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1조 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이날 3000억 원 넘게 팔아 치웠다. 기관들도 6000억 원 넘게 주식을 처분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급등은 공매도 금지에 대한 일시적 효과였고, 오늘 정상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틀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간 개인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투자자는 종목토론방에서 “어제 주가 급등하길래 들어왔는데 내일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우울하다”며 증시 하락을 우려했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시장 혼란만 키웠다고 성토하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반면 또 다른 투자자는 “공매도 세력이 빠져 앞으로 주가는 오를 일만 남았다”며 “이번 주 안에 상한가 한 번 더 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 정부 “공매도 금지 필요했다”


연이틀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증시가 급등락했지만 정부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매도 금지 정책이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지금 판단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틀간 주식 시장이 급변동한 데 대해 “어제 오르고 오늘 내린 건 많은 요인이 있다”며 “공매도 금지가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이것 때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의 향방을 포함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도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 중단을 확신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하락했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6일(현지 시간) 4.64%로 전 거래일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중국의 10월 수출도 1년 전보다 6.4% 감소하면서 시장 전망치(―3.8%)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전날 일제히 상승했던 아시아 증시도 부진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34% 하락했다.



● “국내 증시 변동성 더 커질 수도”


전문가들은 공매도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더 커졌다”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공매도 금지 정책을 정부·여당의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이 채 5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정부·여당이 (공매도) 제도 개선이나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표 없이 간 보기 식 던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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