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떨어지며 ‘엔테크’ 열풍 “쌀때 미리 사두자” 환차익 노리고 日여행객 늘며 환전 규모도 급증 전문가 “단기 차익은 기대 어려워”
직장인 김모 씨(34)는 아내와 함께 가기로 한 겨울 휴가 행선지를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바꿨다.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성비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마침 미국 달러화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일본 현지에서 엔화로 환전하면 수수료를 더 아끼고 향후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여행하면서 투자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환차익을 노리고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서고,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60원대로 내려가면서 엔화 가치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역대급 ‘엔저 현상’에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올해 대폭 늘며 엔화 환전 규모도 지난해보다 4배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5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약 3138억 엔(약 2조732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70억 엔·약 6703억 원)의 4배 수준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00만9252명이던 일본행 국내 여행객은 올해는 1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움직임을 예측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양승현 하나은행 압구정금융센터 PB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일본 엔화로 환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엔화 가치가 널뛰는 상황이라 환차익을 위한 투자를 굳이 한다면 분할 매수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