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부울경 취재본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은 지난해 9월 유치지원서를 제출한 뒤 1년간 온 힘을 다해 달려 왔다. 이 기간 시민들의 숙원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결정됐고 KDB산업은행 이전도 첫 발을 뗐다. ‘15분 도시’ 조성 프로젝트, 서부산 및 대중교통 활성화 등 신선한 정책이 쏟아졌고, 기업·투자 유치가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어느덧 부산은 일자리를 찾아 매년 1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떠나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불리는 불명예를 걷어 낼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부산 시민들의 간절함 마음과 배치되는 말들이 들려온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월드컵 유치를 사실상 확정했는데, 엑스포까지 가져갈 것”이라는 예단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엑스포 유치하지 못하면 가덕도신공항이나 산은 이전까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라고 묻는 타 지역 사람들도 적지 않다. 두 사업 모두 엑스포와 별개로 동남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팩트와 한참 거리가 있는 유언비어에 부산 시민들은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심지어 부산 안팎에서도 상식 밖의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부산의 한 정치권 인사는 “부산시장이 엑스포에 올인하느라 다른 일을 안 해 직원들이 한가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똘똘 뭉쳐도 모자란 상황에 우리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는 가벼운 언사는 밤낮 가리지 않고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는 수많은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엑스포는 부산만의 ‘동네 잔치’가 아니라 국가 행사다. 역사적으로 엑스포 개최는 경제·문화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불필요한 말은 자제하고 28일 유치에 성공하면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건설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남은 20여 일 하나로 뭉친 부산의 고군분투를 기대한다.
강성명·부울경 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