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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누비며 안전 확인… “순찰차 등 지원 있었으면”

입력 | 2023-11-09 03:00:00

대전 중구 자율방범대 순찰 현장
6개 연합대, 대원 1760명 활동
후미진 곳 등 주민 내공으로 순찰
지원 부족해 회비 걷어 장비 마련



6일 오후 유성철 대전 중구 태평1동 자율방범대장이 본인 차를 몰고 캄캄한 외곽지역을 돌며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런 구석을 잘 봐야 합니다. 애들(미성년자) 술판이 벌어지거든요.”

6일 오후 10시 대전 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유성철 대전 중구 태평1동 자율방범대장(48)이 오른손에 쥔 손전등을 바삐 움직였다. 하얀 불빛으로 까만 어둠을 거둬낸 곳은 건물 뒤쪽이나 운동장 끄트머리였다. 유 대장은 “저 같은 동네 주민만 알 수 있는 후미진 곳이 있다”며 “최근에도 술 마시던 아이 대여섯 명을 타일러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로 31년 차 자율방범대원이다. 7년 전부터 대전시 자율방범연합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오후 7시부터 4시간 동안 그와 함께 중구 지역 방범대원 순찰을 동행했다.

● 경찰 지망생부터 숙련 대원까지
대전에는 6개(중구, 동부, 서부, 둔산, 대덕, 유성)연합대 아래 113개 방범지대가 있다. 경찰로 치면 연합대는 경찰서, 방범지대는 지구대다. 대원은 모두 1760여 명이다. 지대별로 일주일에 이틀씩, 2시간 안팎으로 순찰한다.

태평2동 방범지대 소속 대원들이 일대 골목과 주택가를 중심으로 야간 순찰을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날 찾은 태평2동 방범지대는 15명이 근무한다. 대원들은 50∼70대 여성이다. 대부분 10년 이상 활동한 숙련자다. 낮에는 어머니, 아내, 직장인으로서, 밤에는 동네 파수꾼의 삶을 산다. 대원들은 공원과 주택가를 살폈다. 가로등이 없는 곳, 공중화장실은 특히 더 꼼꼼하게 훑었다. 사이드미러가 펴진 채 주차된 차는 차주에게 연락해 문을 잠가 달라고 당부했다. 차량 털이범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풍 특보에 비까지 내리면서 기온은 영상 10도 밑으로 뚝 떨어졌다. 전날 대전지역 최저기온은 영상 16.4도였다. 매서운 날씨로 인적은 뜸했지만, 고샅길까지 살폈다. 김옥자 태평2동 방범대장(70)은 “동네 구석구석을 확인하는 게 우리 일”이라며 “혼자는 무섭지만 뭉치면 강해진다”고 말했다. 태평1동 지대에는 23일 경찰 시험 2차 관문(면접·체력검사)을 앞둔 김도연 대원(25·여)도 있다. 그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을 쌓고 싶어서 지원했다”면서 “책에 나오지 않는 귀중한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내돈내산’ 장비 마련 순찰차는 없어
2일 대전시청에서는 ‘대전시 자율방범연합회 출범식’이 열렸다. 자율방범대는 4월 27일에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법정단체로 지정됐다. 해당법 제14조(경비 등의 지원)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자율방범대 운영 등에 쓰이는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지원금 규모는 지자체 곳간 사정에 따라 널뛴다. 지원이 적은 지역 대원들은 활동할 때 개인 돈을 쓰기도 한다.

최근 대전지역 일부 대원들은 어깨에 붙이는 경광등(4만5000원)을 사려고 회비를 걷기도 했다. 보급품이 대원 수에 턱없이 모자란 5개만 나왔기 때문이다. A 대원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해가며 동네를 지키고 있다. 일부 대원들은 지원이 풍족한 의용소방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는 화재 현장에 나가면 수당(시급 1만2610원)을 받는데 자율방범대원은 금전적 보상이 따로 없다.

대전은 자율방범대원용 순찰차도 없다. 걸어서 순찰하기에는 외곽 같은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대원들은 자기 차를 몰고 외곽 순찰을 할 때도 있다. 근처 충남과 세종에는 순찰차 250대, 16대가 각각 있다.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차량까지 지원하기에는 예산이 벅찬 상황”이라며 “법정단체가 되면서 바뀐 복장부터 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