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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보고 박서준에 반해 ‘더 마블스’ 캐스팅”

입력 | 2023-11-09 03:00:00

베일 벗은 MCU 영화 ‘더 마블스’
박서준, 캡틴 마블 남편으로 등장… 세 장면에 나오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
34세 감독 “10대 때 K드라마에 빠져
예능도 즐겨봐… 유재석 가장 좋아해”



영화 ‘더 마블스’에서 알라드나 행성의 얀 왕자(박서준·가운데)가 침입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얀 왕자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에 처음 출연한 박서준은 “이 영화에 나온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박서준이 어떻게, 얼마나 등장할까”로 국내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더 마블스’가 8일 베일을 벗었다. 박서준은 주인공 캡틴 마블(브리 라슨)의 남편인 알라드나 행성의 얀 왕자 역을 맡았다. 소문대로 단 세 장면에 짧게 등장하지만 마블 영화로 할리우드에 눈도장을 찍게 돼 향후 해외 진출이 주목된다.

마블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이자 최연소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34·사진)는 7일 화상 간담회에서 “팬데믹 기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년)를 보게 됐고 박서준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얀 왕자 캐릭터에는 박서준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하게 됐다”며 “(얀 왕자는) 출연 분량은 적지만, 임팩트가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박서준은 굉장히 재밌는 사람이고 현장에 좋은 에너지를 가져오는 사람이다. 엄청난 재능이 있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한국 배우가 마블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의 수현, ‘이터널스’(2021년)의 마동석에 이어 박서준이 세 번째다.

다코스타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다. 그는 10대 때 한국 문화에 푹 빠져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소울메이트’(2006년) ‘커피 프린스 1호점’(2007년) 등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한국 예능도 즐겨 봤다. 그는 “유재석을 제일 좋아한다”며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장르를 불문하고 푹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가 그린 ‘더 마블스’는 시원하게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같다. 짧지만 강렬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러닝타임이 105분으로 역대 MCU 영화 중 가장 짧다. 영화는 고독한 캡틴 마블이 오랜 친구의 딸인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 자신의 열혈팬이자 ‘미즈 마블’인 여고생 카멀라 칸(이만 벨라니)과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 사람은 캡틴 마블에게 복수하려는 크리족 리더 다르-벤(자위 애슈턴) 때문에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다. 다르-벤은 자신의 행성 할라를 재건하기 위해 얀 왕자(박서준)가 사는 행성 알라드나의 바닷물을 약탈하려 하고, 캡틴 마블은 법적 남편인 얀 왕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알라드나 행성으로 향한다.

세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 위치가 바뀌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이 재미를 준다. 세 사람이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며 한 팀으로 변해가는 모습도 잔잔한 감동이 있다. 하지만 모니카 램보와 카멀라 칸의 서사가 영화에서는 처음 소개되는데, 전개 속도가 빨라 이해하기 버거운 지점들이 있다. MCU가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다.

영화는 각각의 서사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세 히어로의 팀워크와 오락성에 중점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빌런인 애슈턴 역시 ‘타노스’만큼의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박서준이 연기한 얀 왕자는 알라드나족이 노래로 대화한다는 설정 때문에 제대로 된 대사가 없다.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데 그 설정이 웃기지도, 멋지지도 않고 다소 어정쩡하다. 출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주연 캐릭터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눈을 사로잡는 건 우습게도 고양이 구스와 그 새끼들이다. 위기에 빠진 우주 정거장 대원들을 고양이들이 구해낸다는 설정은 귀엽고 기발하다. MCU 다섯 번째 페이즈(큰 스토리라인을 단계별로 구분한 것)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마블이 새로운 창작자들과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