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에 짓눌린 대입 수시 〈하〉 허리휘는 수시 사교육비 대학별 문제 유형 달라 준비 한계… 업체들 원서접수 등 세세한 조언 대치동 1시간 컨설팅 최소 50만원… 학부모 “내신-수능-수시 3중 부담”
올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학부모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2024학년도 대학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10명 중 4명이 수시모집 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4%는 수시 사교육비로 5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 수험생 10명 중 4명 “수시 대비 사교육”
동아일보가 지난달 27∼31일 입시업체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에 의뢰해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8%(249명)는 수시 준비를 위해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1.9%(12명)는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학부모 B 씨는 자녀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치동 입시 컨설팅 업체를 두 차례 찾았다. 이른바 ‘시작점 컨설팅’과 ‘원서 접수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다. 시작점 컨설팅이란 학생이 고1·2 때 받은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등을 토대로 고3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대학을 노려 볼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교육 서비스다. B 씨는 “막상 수시 원서를 쓸 때 성적에 맞는 대학에선 1학년 1학기 때의 독서 활동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며 “학교에서는 수시 지원에 대비해 과목 선택이나 각종 활동을 추천해주지 않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자소서 폐지에도 사교육 여전
‘수시 사교육을 받은 적 있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답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분은 ‘원서 접수 관련 컨설팅’(23.6%)이다. ‘모의지원 및 합격예측’(21.6%), ‘면접 및 구술’(20.1%),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전략 컨설팅’(16.5%), ‘논술’(12.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수시는 최대 6곳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데, 수험생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분석해 좀 더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지원하길 원한다. 하지만 일선 학교는 졸업생 입시 결과(입결)조차 분석하지 못한다. 고교 교사 출신인 한 입시 컨설턴트는 “요즘은 학교가 외부 입시강사를 초청해 대입 설명회를 열고, 학생들도 별도로 컨설팅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나마 특수목적고(특목고)에서는 진학 지도가 적극 이뤄지지만 특목고 학생들도 수시 사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주로 합격 안정권에 원서를 내라고 권하는데, 학생들은 좀 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상경계열에 재학 중인 A 씨는 “학교에서는 말렸지만 입시컨설팅에서 권해줘 상향 지원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 학원가 컨설팅 비용, 시간당 50만 원 넘어
다른 두 가지는 수시 원서를 어느 대학, 학과에 넣을지 졸업생들의 입시 결과를 분석해 알려주는 ‘원서 접수 컨설팅’과 ‘대학별 고사(논술전형) 대비 사교육’이다. 컨설턴트들은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학과와 관계된 과목의 수업 시간에 어떤 질문을 하고, 과제를 해가면 좋다는 식의 세세한 조언을 해준다.
사교육 업체의 ‘진학 상담·지도’ 과목 교습비 기준은 전국 교육지원청마다 다 다르다. 입시 컨설팅 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정한 1분당 교습비 상한선 5000원 기준을 따라야 한다. 1시간에 30만 원이 상한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컨설팅 가격은 약 1시간에 최소 50만 원 선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전화, 이메일 등으로 추가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습비를 어기는 건 아니다”라며 “최상위권만 모여 소규모로 하는 초고액 컨설팅은 업계에서도 가격을 잘 모른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