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3000억 기부로 사업 출범 3년 소아암-희귀질환 등 2336건 치료 치료비 부담 소아 환우에 희망 선물 “표준화 치료법 정립해 누구나 활용”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993년 12월 1일 삼성의료원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유리(가명·17) 양은 2019년 갑작스럽게 백혈병이 발병해 2년간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병세가 다시 심해져 또다시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 양은 일상으로 복귀하고서도 병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을 떨쳐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완치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 검사가 회당 100만 원이나 돼 매달 받기엔 부담이 됐다. 다행히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이 지원의 손길을 건넸다. 김 양은 지금까지 총 7회를 무상으로 검사받았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시작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이 출범 3년째를 맞았다.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 희귀질환 극복 사업’ 심포지엄에서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 총괄사장은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 이 선대회장의 유지”라고 말했다.
평소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한 이 선대회장은 취임 초기였던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사업단은 이 선대회장의 이런 ‘어린이 사랑’을 계승한 유족들이 3000억 원을 기부하며 2021년 5월 출범했다. 그해부터 10년간 국내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전국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치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의료기관 160곳에서 의료진 1071명이 사업단의 과제에 참여했다. 사업단은 소아암 1089건, 소아희귀질환 1746건, 공동연구 1149건 등 총 3984건을 진단했다. 치료를 진행한 것도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 등 2336건에 이른다.
사업단은 전국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집한 데이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해 전국 환자들이 동일한 의료 혜택을 받는 게 목표다. 사업단 관계자는 “오랜 기간 문제가 되었던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과 진단 방랑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