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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모임 술·담배 같이하면 ‘최악’…두경부암 발병 35배

입력 | 2023-11-09 10:17:00

두경부암환자 최근 10년간 31% 증가
“음주·흡연, 두경부암 주요 위험인자”




음주와 흡연의 기회가 많아지는 연말연시 두경부암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후두 등 상기도 소화관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을 말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두경부(눈, 뇌, 귀, 식도를 제외한 구강, 구인두, 후두, 하인두, 비인두, 갑상선, 침샘 등을 통칭)에는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것 등 삶과 직결된 기관들이 모여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생존 하더라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 인자는 음주와 흡연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 명 이상의 새로운 두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최근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를 보면 2020년 두경부암으로 새롭게 진단 받은 환자수는 5666명이다. 2016년(5080명) 대비 최근 5년간 12% 증가한 수치다. 2011년(4320명)과 비교하면 최근 10년간 31% 늘어났다. 전체 두경부암 유병자수도 4만6694명에 달했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면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35배 이상 높아진다. 2016년 세계적인 역학 학술지인 ‘유러피안 저널 오브 에피데미올로지(Europe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두경부암 환자 1569명과 대조군 3147명을 분석한 결과, 음주와 흡연을 모두 하는 사람의 경우 둘 다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두경부암 위험이 최대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일석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음주와 흡연은 구강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남성의 경우 약 2배,여성의 경우 약 3배 구강암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력이 있는 경우에도 1.7배 구강암 발생률이 높은데 술은 많은 양을 마실수록, 위스키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수록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했다.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구강이나 혀에 보이는 궤양이나 뭉쳐있는 덩이가 관찰되는 경우 구강암이나 설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물감, 목소리 변화, 쉰 목소리가 발생한 경우에는 후두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50대 이상 흡연자에게 이 같은 증상이 갑자기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실제 2020년에 발생한 두경부암 환자를 보면 50대 이상이 85%였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0%로 가장 많았다. 또 두경부암은 목 주위 림프절에 전이하는 특성이 있어 목에 동그랗게 만져지는 덩이가 발견된다면 이 같은 증상이 없더라도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구강이나 혀에 궤양이 생기거나 목소리 변화, 이물감, 목에 만져지는 덩이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후두 내시경을 받음으로써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성공적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구강의 기능적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두경부 영역에서 치료하기 힘든 질환 중 하나다.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침범 범위, 환자의 상태, 의사의 경험, 환자의 치료 순응도에 따라 결정된다.

박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는 정상 기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한다”며 “최근에는 로봇수술을 이용해 입 안쪽이나 겨드랑이, 귀 뒤쪽을 작게 절개해 수술하는 방식으로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금연과 금주를 해야 한다. 흡연자의 경우 40대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두경부암 검진이 권고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