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운전 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 친구를 대신해 무면허로 약 5m를 운전한 공무원이 감봉 징계를 받자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9일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판사 소병진)는 인천 모 구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 A 씨가 구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열흘만인 지난해 5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2015년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2019년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A 씨는 징계에 불복해 인천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그는 억울하다며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행정소송에서 비위 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긴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무면허 운전을 했기에 징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량 조수석에서 초등학교 동창 B 씨에게 운전을 가르쳐줬다”며 “B 씨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해 (자리를 바꿔) 내가 5m가량을 갓길 쪽으로 운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무면허 운전은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부득이한 상황에서 무면허 운전을 했고, 거리도 5m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감봉은 재량권을 남용한 징계여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앞서 지난 7월 형사 사건 재판에서 법원으로부터 무면허 운전에 따른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형사 사건 재판에서도 긴급피난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당시 B 씨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고 해도 경찰이나 주변 사람에게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