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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투자의 귀재였던 게임사[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3-11-10 11:00:00


지난 2004년과 2008년은 넥슨에게 매우 특별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넥슨은 2004년에 위젯이라는 게임사를, 2008년에 네오플이라는 게임사를 각각 인수했는데요. 이 M&A가 현재의 넥슨을 만든 ‘신의 한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위젯은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하던 게임사고,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 출처=게임동아

먼저 2004년에 넥슨은 위젯의 주식 6만4000주(100%)를 331억 원에 취득했는데요. 이렇게 넥슨 소유가 된 메이플스토리는 인수된 2004년에 그 해에만 182억 원, 2005년에는 300억 원을 벌어들이며 빠르게 확장됐습니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효자 게임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던전앤파이터 / 출처=게임동아

이어 넥슨은 2008년에 네오플을 3853억 원에 인수했는데요. 당시로는 상당한 금액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던전앤파이터는 이 평가가 무색할 만큼 무시무시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국내에서 대박을 낸 것은 둘째 치고, 중국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내면서 매년 넥슨에게 조 단위의 수익을 안겨주는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런데, 게임업계의 면면을 살펴보면 넥슨처럼 투자를 잘 해서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전문 M&A 회사로 거듭나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할 만큼, 투자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둔 게임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게임사들이 투자의 귀재였던 거죠.

투자의 귀재로 떠오른 위메이드 / 출처=위메이드

최근 투자로써 눈에 띄는 기업으로 위메이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지난 10월 24일에 ‘데스티니 차일드’, ‘승리의 여신: 니케’의 개발사 시프트업의 지분 208만6080주를 약 800억 원에 처분했다는 공시를 냈습니다. 위메이드는 2018년 11월에 시프트업에 약 1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번 매각으로 700억 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5년만에 무려 700억 원의 수익을 본 겁니다. 

사실 위메이드는 투자 대박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에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지분 일부인 2만2209주를 1187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2018년에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 50억 원을 투자한 것이 일부 매각만으로 20배가 넘는 수익으로 다가온 것이죠. 

카카오에도 250억 원을 투자해 8배가 넘는 190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100억 원을 투자했던 넥스트플로어가 라인에 인수될 때도 많은 수익을 거둬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위메이드는 또 한 번의 투자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21년에 ‘나이트 크로우’의 개발사 매드엔진에 200억 원을 투자한 위메이드는, 올해 5월에 3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면서 매드엔진 지분 40.61%를 확보했는데요. 매드엔진의 기업가치가 6천억 원으로 평가되면서 위메이드의 보유 지분 가치도 2400억 원으로 급등했습니다. 만약 ‘나이트 크로우’가 내년에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해 성공하게 되면, 가치가 얼마나 더 상승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북미 게임사 카밤을 인수한 넷마블 / 출처=게임동아

위메이드 외에도 투자의 귀재들은 더 있습니다. 최근 ‘세븐나이츠 키우기’로 또 다른 신호탄을 쏘아올린 넷마블 또한, 지난 2017년에 북미 게임 개발사 카밤과 종속기업 4개를 포함한 지분 100%를 8458억1193만 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에 넷마블의 행보에 업계가 놀랐지만, 이후 카밤이 매년 6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게임업계의 확실한 투자 성공 사례로 거론되게 됐죠. 

또 넷마블은 2019년에 1조 8300억 원에 웅진코웨이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2천억 원을 들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2대주주에 오르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중인데요. 현재 두 건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게임즈나 넵튠의 경우에는 크래프톤에 투자해 알짜배기 수익을 거뒀죠. 카카오게임즈는 크래프톤이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하기 전인 2017년에 50억 원을 투자해 2.07%(16만6666주)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후에 카카오게임즈에게 엄청난 수익으로 다가오게 됐죠. 넵튠 역시 지난 2017년에 크래프톤 주식 2%를 50억에 구입한 뒤, 2020년에 보유 지분 1%를 매각해 484억 원의 수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컴투스가 데브시스터즈의 상장 전 투자로 5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투자 자회사 데브시스터즈벤처스를 운영 중인 데브시스터즈 또한, 상장 전 펄어비스 투자와 스마일게이트에 인수된 에픽세븐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의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올려 본업인 게임 서비스보다 투자로 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연이은 투자 성공의 이유를 ‘게임 보다 실력있는 사람이나 조직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위메이드 측에서도 “투자처를 선정하는 데 있어 당장의 수익을 노리기보다 장기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창업자 혹은 창업팀의 성장 가능성, 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검토한 뒤 과감히 투자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