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항을 거점으로 2019년 취항한 소형 항공사 하이에어가 지난달 31일 항공여객 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됐다. 경영난으로 올해 9월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두 달간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았고, 항공안전법에 따라 운항증명 효력이 정지된 것이다.
하이에어는 울산 시민들의 적지 않은 기대를 받았다. 승객 50명을 태울 수 있는 터보프롭(turboprop) 항공기를 이용해 울산에서 김포, 제주, 무안 등을 더 자주 오갈 것으로 기대됐다. 한 울산 주민은 “하이에어가 멈추면서 이제 울산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는 하루 2~3편 뿐”이나려 “김해공항까지 가면 돈이 두배로 든다”며 울상을 지었다.
울산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소형항공사 하이에어가 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됐다. 하이에어 항공기가 비행하는 모습. 울산시 제공
울산공항은 1970년 개항했다. 당시 교통의 오지였던 울산에서 서울과 섬나라 제주도를 1시간대에 연결함으로써 울산을 산업수도의 기능을 수행했다. 개항 초기 3만여 명에 불과했던 이용객은 1997년에 169만여 명까지 늘면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우라니라에 KTX 고속철이 도입되면서 엄청난 격변기를 맞았다. 2010년 10월 KTX울산역 개통하면서 울산~서울행 항공기 이용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14년엔 이용객이 45만여 명까지 줄었고,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주요 항공사가 노선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했다.
만년 적자인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코스타항공을 시작으로 프라임항공, 하이에어 등의 저가 항공사를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항·폐업을 반복하면서 저가 항공사의 ‘무덤’이라는 오명만 쓰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진에어 2개 항공사만 울산공항에 취항 중이다. 여기에 부산 가덕도와 대구경북 신공항이라는 거대 국제공항이 개항하면 울산공항은 또다시 존폐의 기로에 처하게 될 공산이 크다.
울산공항 전경. 산업도시 울산의 관문 공항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공항은 일부 다른 지방공항처럼 표심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나 포퓰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공항이 아니다.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위한 필수 시설이었다. 물론 태생적인 단점이 있긴 하다. 활주로가 전국 공항 가운데 가장 짧다. 2000m로 180석 가량의 작은 비행기만 착륙이 가능하다. 울산공항은 지리적으로 하천과 국도를 끼고 있는 데다 근시안적 도시계획으로 공항 주변에 아파트단지를 만드는 바람에 활주로를 확장할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전임 송철호 울산시장 재임시설인 2021년 9월 난데없는 울산공항 존폐 논의가 있기도 했지만, 폐항에 반대했던 김두겸 시장이 취임하면서 백지화됐다. 대신 김 시장은 울산공항 현황 조사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공항 유지 시 활주로 확장 방법과 공항 이전 가능 여부 및 이전 적지 분석 등을 검토하는 ‘울산공항 활용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확장과 이전 모두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래 경쟁력에 물음표가 던져진 상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과거보다 운항 횟수도, 여객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울산의 중요 교통시설임엔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창환 기자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