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남편을 따라 축구를 시작한 원지영 씨는 요즘 주 4일 축구를 할 정도로 빠져 지내고 있다. 축구를 하면서 체중을 감량하고 체력도 키워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철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남편이 TV로 축구를 보고 있을 때 저도 우연히 지소연 선수의 플레이를 봤어요. 자신감 있게 파고들면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이 아주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축구를 시작했죠. 처음엔 퇴근한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저녁에 나갔죠.”
양종구 기자
4일 강원 철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토요FC 자체 평가전. 원 씨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여성축구단에선 오른쪽 사이드백을 보지만 토요FC에서는 주로 앞 선에 선다. 원 씨는 이날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여러 차례 슈팅도 날렸고, 좌우 사이드로 빠져 볼을 받은 뒤 다시 안쪽으로 찔러주는 협력 플레이를 했다. 20∼25분씩 진행하는 경기 3회를 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축구 하기 전에는 저질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웬만해선 안 지친다”고 했다. 축구 하면서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잔병치레도 하지 않고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강철 체력이 됐다.
남편과 함께하는 축구는 어떨까. 그는 “너무 좋다. 축구 하다 잘 안되면 바로 물어보고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둘 다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 회원들 눈치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주말마다 함께 축구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토요FC의 유일한 부부 회원이다.
“초창기 축구 할 땐 ‘여자가 뭔 축구냐’ 하는 눈으로 쳐다봤는데 요즘엔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여자들이 공 차는 TV 프로그램 영향인지 주변에 축구 하는 여성도 많이 늘었어요. 특히 제가 남편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더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요.”
원 씨는 남양주시 여자 축구 상비군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도 대항이나 전국 생활 축구대회가 있을 때 남양주시 대표로 출전한다. 올해도 경기도지사기 어울림 대회와 경기도민체전에 출전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남양주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원 씨는 ‘여자 축구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9년 넘게 축구를 하면서 심신이 건강해지다 보니 더 많은 여성이 축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축구를 즐기며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 나이도 상관없다. 뛰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