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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강경석]메가시티와 지방시대, 함께 이루겠다는 자기모순

입력 | 2023-11-09 23:42:00

강경석 사회부 차장


“적어도 대통령실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건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한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에 김포시를 편입시켜 초광역도시를 만들겠다는 김기현 대표의 발표는 당내에서도 지도부 몇 명을 제외하곤 몰랐다고 한다. 깜짝 발표였던 셈이다.

김 대표도 애초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국면을 전환시킬 묘수라고 판단해 밀어붙였다고 한다. 경기 평택에서 3선에 성공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도 적극 움직이며 대통령실을 설득해 물꼬를 텄다.

파장은 컸다. 약 60년 만에 서울이 대대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피어났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반등했다. 서울과 인접한 12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구리 광명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등 가릴 것 없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40대 직장인도 “지금은 강동구가 송파구와 강남구를 받쳐 주는 외곽 지역이지만 하남시가 편입되면 강동구가 서울의 중심에 가까워지는 셈”이라며 “도심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한 메가시티 구상이 철저한 ‘총선용 전략’이란 점이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라는 단어 대신 ‘뉴시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당에 수도권 대승을 안겨다 준 ‘뉴타운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작명이다.

지난해 20대 대선 레이스 당시 윤 대통령이 내놓은 450쪽 분량의 공약집에는 ‘메가시티’라는 단어가 딱 세 번 나온다. 그나마 충청권 메가시티, 새만금 메가시티 등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공약집에선 “역대 정부가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이어졌고 지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도 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탓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김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 쇼”라며 “총선 앞두고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은 지금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올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들고, ‘이제는 지방시대’란 슬로건을 앞세워 이달 초 박람회도 열었다. 박람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8일 친윤(친윤석열)계 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 장관은 “지방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쓴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용 전략이라고 폄훼할 게 아니라 선거 덕분에 새 어젠다를 제시한 걸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나 지방 균형발전 같은 국가적 과제는 당정이 합심해도 달성하기 힘들 때가 많다. 지금처럼 곳곳에서 인지 부조화가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메가시티와 지방 균형발전 모두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