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0.3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1년 6개월을 맞았다. 그동안 한미동맹 복원과 재정 건전화, 원전 산업 생태계 정상화, 방산 수출 확대 등에서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나라 안팎의 난제 속에 국정의 기틀을 제대로 세웠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의문이다. 검찰 출신 중용, 야당을 향한 검찰 수사가 부각된 반면 경제 활성화, 민생 챙기기 성과는 미미하거나 빛이 바랬다. 거대 야당의 비협조나 반대, 입법 독주 탓도 있지만 궁극적인 국정운영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국정 난맥은 지지율에서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48.6% 득표로 당선됐는데, 취임 2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탈(脫)청와대, 용산 시대를 선언했지만 수직적 당정관계 등 제왕적 리더십은 별로 달라진 게 없고, 더 가까이서 참모 의견을 경청한다는 다짐도 희미해진 것은 아닌가. 매사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비판을 피해가는 듯한 태도도 피로감을 줬다. 이태원 참사 등 사건사고 대처 미흡, 정책 혼선에 대해서도 추상같은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1년 전 생각이 지금도 유효한지 궁금하다.
국민은 묻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바른길로 들어섰고, 대통령은 건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는가. 윤 대통령은 올여름 “이념이 가장 중요” “장관들은 싸우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 등 민심과 동떨어진 듯한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에서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다. 수긍할 만한 정책, 인사, 소통 방식의 변화를 서둘러 보여줘야 한다.
이제 남은 임기는 3년 반이다. 힘있게 일할 시기는 2년 남짓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취임 때 약속한 노동 연금 교육 분야 개혁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개혁의 결과로 혜택이 줄어드는 층이 반발할 것이다. 이런 큰 과제는 훨씬 섬세하고 담대하게 추진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 최일선에 대통령이 서 있다. 퇴임 후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는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