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석 달 만에 0.2% 하락 가계 소비 줄이고 기업 투자유보 모건스탠리 “中, 디플레전쟁 입구에”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발(發) 위기 확산 이후 내수를 재점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유보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D(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2%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시장 예측치(0.1% 하락)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국민 일상과 직결된 식품과 일반 상품 물가가 각각 4.0%, 1.1% 하락하면서 물가 하락을 견인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떨어졌다. 낙폭은 8월(―3.0%)보다 줄었으나 9월(―2.5%)보다는 컸다. PPI는 CPI의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당분간 중국의 물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물가 하락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전쟁 입구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커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전역 100개 도시의 기존 주택 가격은 2021년 8월 이후 평균 18% 가까이 하락했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5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데, 주택 가격 하락으로 많은 사람이 지갑을 걸어 잠갔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8월부터 주요 경제 전문가들에게 디플레이션을 언급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면서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등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실제 9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같은 달 대비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