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돈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우리 일의 가치와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8일 오후 서울경찰청의 3만여 경찰관에게 발송된 문자 한 통.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이 기강 확립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보내는 문자로 소명의식에 관한 백범 김구 선생의 명언을 활용했다.
문구만 보면 평범하지만 문자 발송 이후 경찰 내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공교롭게도 특정일에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어렵다는 내부 지침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발송된 터라 ‘열정페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발단은 이렇다. 경찰청은 앞서 6일 초과근무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내려보냈다. 초과근무 신청이 제한되는 날을 매주 수요일에서 연말까지 수·금 이틀로 확대하는 게 주 내용이다.
지침 발표 후 경찰 내부에선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야간 집회가 열리면 경비나 정보 경찰관이 출동한다”며 “굵직한 사기 사건이나 형사 사건이 발생해도 초과근무를 하는데 앞으로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무급으로 초과근무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와중에 문자를 받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경찰관은 “새 지침 발표 이후 불만이 많은 마당에 그런 문자를 받으니 ‘돈 받지 말고 일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촌극)이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 경찰관은 “부정 수령 근절 메시지는 있었지만 이렇게 초과근무 자제 요구는 처음”이라며 “예산이 동나 고육책을 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워라밸’ 차원 조치이지 예산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도한 초과근무를 막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조치”라며 “불가피한 초과근무는 부서장 승인을 받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