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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러·일 핵무기 군축 협정도 탈퇴…“日에 통보”

입력 | 2023-11-10 09:21:00

포괄적핵실험금지-재래식무기감축 중단·탈퇴 이은 조치
대러 제재·우크라 무기 지원 등에 대한 보복 조치 분석




핵·재래식 무기 군축 협정을 잇따라 중단·탈퇴하고 있는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일본과의 핵무기 군축 양자 협정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1993년 10월13일 도쿄에서 서명한 러시아연방 핵무기 폐기 지원 협력에 관한 협정 및 이를 위한 협력위원회 설치를 종료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문서는 러시아 정부 웹사이트에 공식 게재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 측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곧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공식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협정은 구소련 붕괴 후 사회·경제적 혼란 속 러시아의 퇴역 원자력잠수함 해체 등을 일본이 지원하기 위해 1993년 10월 체결됐다. ‘러일핵무기폐기협력위원회’가 설치돼 러시아에 자금·기술 등을 지원했다.

러시아가 협정을 중단하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서방국들과 함께 대러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고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관련 보도에서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 노선을 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일본 내 반러 감정 선동, 극동지역 인근의 미·일·나토 군사활동 증가 등을 꼽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인 선린 관계를 기반으로 마련하는 것이 목적인 평화 조약 준비에 관해 일본과 이전에 가졌던 대화를 지속할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일본의 새로운 대결 공격에 계속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특히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최근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 감축 협정을 잇따라 중단·탈퇴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포괄적핵실험금지협약(CTBT) 비준을 취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CTBT 조약에 서명 했지만 비준은 하지 않아 최종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은 데 대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CTBT는 민간이든 군사적 목적이든 모든 환경에서 핵무기 실험 및 기타 핵폭발을 금지하는 다자 간 조약이다. 1996년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했으나,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44개국 중 8개국(미국, 중국, 이집트, 이스라엘, 이란, 인도, 북한, 파키스탄)이 비준하지 않아 공식 발효되진 않았었다.

러시아는 이어 지난 7일자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탈퇴 절차를 공식 완료했다. CFE는 옛소련연방이 주도하는 바르샤바조약기구와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난 1990년 체결한 재래식 무기 군축 협정이다.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이 CFE 수정안을 비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년 참여를 정지한 데 이어 2015년 3월 조약 이행의 완전 중단을 선언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8년 만인 올해 3월 나토의 지속적인 확장 정책을 비난하며 공식 탈퇴를 결정했고, 러시아 의회는 5월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행 중단도 선언했다.

일본과는 지난해 3월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일 간 협력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