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내한한 베를린필…11~12일 공연 조성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협연
“베를린 필하모닉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특별한 사운드를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잖아요. 많은 연주자가 베를린필과 협연하는 게 꿈이죠.”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6년 만에 내한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2019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가 이끌고 온 베를린필은 오는 11일과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의 베를린필 데뷔 무대가 바로 6년 전인 2017년이었다. 당시 협연자였던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왼팔건초염 증상으로 연주를 취소했고, 조성진이 대신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협연에 나섰다. 그해 11월4일 베를린필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의 공식 데뷔 무대를 시작으로 독일, 홍콩에 이어 한국 무대까지 올랐다.
“당시 설레고 긴장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까지) 세 개의 다른 협주곡으로 베를린필과 세 번의 협연을 했는데, 다시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대돼요. 베를린필과의 협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베를린에 살고 있고, 음악가 친구가 많아 할 때마다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조성진은 오는 12일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그가 직접 베를린필에 제안한 곡이다. 페트렌코와는 이번이 첫 호흡인데, 이미 베를린에서 리허설도 마쳤다.
그는 “곡은 작년 여름 정도에 결정됐다. 오케스트라 측에서 고전 레퍼토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제가 좋아하는 이 곡을 제안했는데 수락해 줬다. 한국에서 이 곡의 마지막 공연이 2019년으로 꽤 오래돼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조성진이 내년에 베를린필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인으로는 일본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에 이어 두 번째다.
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필 대표는 “사실 유럽에는 아직 밝히지 않은 비밀”이라고 웃으며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저희와 특별한 관계를 가진 피아니스트”라고 밝혔다.
열두번째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페트렌코가 베를린필과 함께 내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아름다운 한국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 이틀간 아주 흥미진진한 서울의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첫날엔 모차르트 교향곡 29번과 베르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이튿날엔 조성진과의 협연은 물론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 그는 “베를린필의 사운드를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레퍼토리”라며 “카라얀을 비롯해 베를린필을 거쳐 간 지휘자들이 이 곡들을 통해 악단의 소리를 완성했기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페트렌코는 아시아 투어로 베를린필과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후 곧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순회공연 취소를 겪어야 했다.
“지금부터 베를린필과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다는 기분이에요. 취임 직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오랫동안 연주를 많이 못 했어요.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아시아 투어를 하게 됐는데, 앞으로 있을 긴 성공적인 여정의 시작이죠.”
필립 보넨도 “페트렌코는 뼛속까지 음악가”라며 “그와의 작업은 매우 세심하다. 그는 원하는 음악에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동시에 우리 악단의 전통과 소리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열정과 확신을 갖고 제안하고, 단원들의 아이디어도 존중해 준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놀라운 결과를 내고 있다. 이번에 한국 관객들도 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아 쥐츠만 대표는 “페트렌코는 자신이 하는 연주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지휘자”라며 “레퍼토리도 다양함을 추구한다. 베를린필의 예술성, 음악성, 열정 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