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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고령화 한국… 병력 차이가 안보위기 불러올 수 있어”

입력 | 2023-11-11 01:40:00

인구통계학으로 국가별 문제 분석
이스라엘 내 초정통파 유대인 늘며, 팔레스타인 향한 강경대응 잦아져
이-팔 전쟁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출산율, 北의 절반도 안 돼…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큰 위협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제니퍼 D. 스쿠바 지음·김병순 옮김/348쪽·2만2000원·흐름출판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는 “이스라엘의 인구 문제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스라엘의 정치를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이스라엘 방위군 텔레그램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아랍인의 결집을 노린 하마스의 노림수라는 의견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응이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까지. 혹시 이스라엘의 인구 구조 변화가 이번 사태 원인 중 하나가 된 건 아닐까.

2000년 이스라엘의 유대인 합계출산율은 2.66명이었다. 같은 시기 아랍인 합계출산율은 4.74명이었다. 아랍인이 유대인보다 아이를 1.8배 더 낳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엔 인구 구조 변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해법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투표권을 지닌 아랍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아랍인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과 평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20년 후 상황은 바뀌었다. 2020년 이스라엘 내 유대인 합계출산율은 3명으로 늘었다. 반면 아랍인 합계출산율은 2.99명으로 줄었다. 최근엔 유대인이 아랍인보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다. 특히 초정통파 유대인이 아이를 많이 낳았다. 이들이 아랍인의 인구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출산 장려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초정통파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주도 장려됐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이 보수화됐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이 잦아졌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9년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했던 초정통파 유대인은 2065년엔 32%로 늘어난다. 이스라엘에서 초정통파는 병역 의무가 면제되고, 국가로부터 특별보조금을 받는다. 저자는 “초정통파 유대인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스라엘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로즈 칼리지 정치학 교수이자 인구통계학자인 저자는 각 국가가 겪는 여러 문제를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의 기반이 사람이기 때문에 인구 구조를 모르고선 사회를 분석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세계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1700년 세계 인구는 10억 명에 불과했지만 1900년엔 20억 명, 2022년엔 80억 명을 넘어섰다. 80억 명은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태어난 1080억 명의 약 7%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인구 폭발 상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다르다. 선진국에선 1분에 25명, 개발도상국에선 240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인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이다. 반면 독일은 고령화로 군에 입대할 젊은이가 줄어들자 최근 일부 미성년자와 유럽연합(EU) 출신 이민자를 군인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고령화로 경제 저성장뿐 아니라 안보 위협에도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 대한 분석도 눈길이 간다. 저자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지적한다. 저출생의 원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2062년이면 중위 연령이 62세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한국이 안보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2022년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한국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 병력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물론 국방력엔 장비 첨단화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절대적 병력 감소와 경제 저성장은 안보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 “(한국의) 고령화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에 맞서는 국가의 대응태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저자의 경고가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