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채굴하고 방사성 물질 폐기…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는 심해 복원하려면 천문학적 비용 들어 지금이라도 되살릴 방안 찾아야 ◇눈부신 심연/헬렌 스케일스 지음·조은영 옮김/416쪽·2만3000원·시공사
북태평양 드뷔시 해산(대양 밑바닥에 원뿔 모양으로 솟은 봉우리) 2195m 지점의 해산 산호들. MBARI 제공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우주가 거대한 바다라면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바다를 우주로 비유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심해라면 더더욱.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해양생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공간인 심해와 그에 관한 인간의 책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자는 인류의 생존이 직결된 심해를 제대로 알고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옛날 뱃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검은 암흑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심해는 기술과 탐사 장비가 발달하면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이자 자원의 보고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노다지를 어장이나 유정, 광산으로 개발하기 위해 인간은 힘 닿는 대로 그물을 내리고, 시추관을 뚫고, 채굴 장비를 내려보내고 있다. 또 공해(公海)라는 허점을 악용해 방사성 폐기물 등 각종 해로운 물질을 아무 생각 없이 밀어 넣는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는 심해가 과거 뱃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검은 암흑 덩어리로 돌아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마리아나 해구 수심 7000m 지점에서 스네일피시가 고등어를 미끼로 설치한 덫에 붙은 단각류를 먹고 있다. 시공사 제공
읽다 보면 환경 문제에 관해 세계인의 인식을 바꿔놓은 생태학자 레이철 카슨의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심해’ 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란 결론도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수천 m 아래까지 내려가 생물을 남획하고 자원을 채굴한다는 자체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이미 다 고갈되고 파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부제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원제 ‘The Brillant Aby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