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업인’들이 농민에게 주는 특혜를 노리고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다가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가짜 농업인 중에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6명도 포함됐다고 한다. 농민으로 위장하진 않았지만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 명은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돈을 번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무원 A 씨는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데도, 마을 이장의 서명이 들어간 경작사실확인서를 위조해 2018년부터 농업인 행세를 했다. 발전량 100kW 이하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농민이 운영할 경우 20년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전기를 사주는 등 각종 혜택을 주기 때문이었다.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가짜 농업인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올해 8월까지 5년간 이 제도가 적용된 2만4900여 명 중 800명가량이 A 씨처럼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 등록한 가짜 농업인이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건 농토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기만 하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었다. 한전 자회사는 농민·어민·축산농가가 세운 태양광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일반인 발전소의 3배 이상 사줬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아무나 맘만 먹으면 돈을 빼먹을 수 있는 구멍투성이 제도, 허술한 관리 체계는 손볼 필요가 있다. 부당이득을 챙긴 가짜 농민과 공직자는 당연히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고, 불법으로 얻은 이익도 모두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