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0% 찬성” vs “실익 없다” 찬반여론 팽팽… 단체장들 “시민 의견 수렴 후 대응”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해보니 90% 가까이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 직접 만난 유권자도 대부분 서울 편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지난주만 해도 서울 편입에 막연한 기대감을 보이던 주민들이 ‘주소만 서울로 바뀌면 실익이 뭐냐’며 회의적 반응으로 돌아섰다.”(더불어민주당 기초의회 의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서울과 인접한 지역들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 각지에서 거론되는 서울 편입론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당은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가 꺼내 든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경기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현장에서 확산시키고 있다.
경기 김포 한 거리에 서울 편입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서울 편입론’ 경기 각지로 파급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고 날을 세운 가운데, 서울 편입이 거론된 지역의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점차 키우고 있다.
서울과 경계를 접한 경기 지자체는 총 12곳이다.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이 “김포뿐 아니라 구리, 하남, 고양, 부천, 광명 등 최소한 5군데는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언급한 지역만 해도 6곳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이 서울 편입 관련 각종 단체를 결성하거나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당협위원장이 서울 편입 추진을 주장하거나 △여권 주요 인사가 서울 편입을 거론한 곳을 합치면 양주시를 제외한 11곳에 이른다(지도 참조). 양주의 경우 주민들이 모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 편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으나 지역 정가에선 여야 공히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편입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1월 1일 전국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포 등 서울 근접 중소도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58.6%로 찬성(31.5%)보다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와 서울에서 반대가 각각 65.8%, 60.6%로 나타나 찬성(23.7%, 32.6%)보다 높았다. 다만 여당 당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의 경우 찬성 여론이 지역에 따라 94.6%(국민의힘 이창근 하남시 당협위원장이 밝힌 10월 31일~11월 2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4%(국민의힘 홍철호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밝힌 9월 10일 현장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 비해 지역 여론에 초점을 맞췄지만 조사 정밀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기에 뚜렷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표된 것 외에도 여야는 서울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주민 여론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일단 고(go)를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월 7일 열린 첫 특위를 시작으로 매주 약 2회씩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서울 편입론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11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에 대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면서 “제주 빼고 전부 서울이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비난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은 11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포시 서울 편입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관계 지자체와 상의도 없이 내놓은 즉흥적이고 치졸한 총선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대선 때 尹 승리한 곳이 내년 승부처”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경기도 지방자치단체들. [동아DB]
서울 편입론이 지역 주민 사이에서 특히 힘을 받는 곳은 김포를 비롯해 구리, 하남, 고양 등이다. 11월 6일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나 서울 편입 관련 얘기를 나눈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공동연구반을 김포시와 함께 구성하기로 했다”며 “그것(공동연구반 구성)과 별개로 김포를 비롯해 구리, 하남, 고양 등 서울 편입 문제를 제기한 모든 지자체 상황을 염두에 둔 서울시 자체 ‘동일 생활권 삶의 질 향상’ TF(태스크포스)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시는 11월 7일 서울 편입 관련 주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기본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물론, 일반 주민도 여럿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시민들이 누리는 교통·문화·복지·교육 인프라가 지금보다 좋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 여권 정치인을 중심으로 서울 편입론이 처음 제기된 배경에는 김동연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 분도(分道) 관련 논의에서 김포가 가지는 특수한 위상이 자리한다. 그간 행정·경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경기 북부 지역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독립하자는 게 김 지사의 구상이다. 문제는 김포가 지리적으로는 한강 이남에 자리하나, 강 건너 고양시 생활권을 공유하는 등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홍철호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지역구 곳곳에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을 걸며 여론을 조성했다. 홍 당협위원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김 지사가 경기도를 남북으로 분도한다고 하니, 김포로선 가만히 서서 3진을 당하느니 스윙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서울 편입론에) 나선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이어진 고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주민들이 교통·복지·문화 인프라를 좀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기업인이 미래에 대비해 늘 R&D(연구개발)에 힘쓰듯, 정치인은 지역구 현안이나 정치 현안을 연구해 좋은 정책을 내놓기 마련”이라면서 “정치는 늘 선거를 의식하고 하는 것인 만큼, 정책의 옳고 그름을 논해야지 ‘총선을 앞두고 정책을 왜 내놓냐’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김포시 현역의원들은 견제구를 던졌다. 김포갑·을 현역의원인 민주당 김주영, 박상혁 의원은 11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김포시 서울 편입론에 대해 “당장 풀어야 할 김포의 산적한 현안들은 감추고 무시한 채 가장 기초적인 검토 보고서 하나 없이, 장단점을 비교하는 표 하나 없이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인접한 신도시 편입 목소리 높아
구리도 시장이 직접 서울 편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백경현 구리시장은 11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11월 13일 오 시장을 만나 서울 편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는 4선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지역구다. 민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비대위원장을 지낸 중진의원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다. 윤 의원과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국민의힘 나태근 구리시 당협위원장은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아 서울 편입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11월 7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나 당협위원장은 “서울 편입에 대한 구리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경기북도로 가느니 서울로 가자는 게 상당수 유권자의 의사”라고 말했다. 최근 구리에서 서울 편입 목소리가 높은 곳은 갈매동이다. 이 일대 ‘갈매지구’는 약 1만2000채 아파트로 이뤄진 미니 신도시로, 이웃한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와 함께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다.
하남은 감일지구와 위례신도시를 중심으로 서울 편입 기대감이 높으며, 11월 8일 ‘서울 편입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서울 편입이 거론된 지역에서 주민 추진위가 결성된 것은 하남 감일·위례가 최초다. “위례신도시가 탁상행정으로 행정구역이 3개(서울 송파구, 경기 하남·성남시)로 쪼개져 행정권과 생활권이 불일치하다 보니 주민들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 생활권인 것은 감일지구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현재 하남시장(국민의힘)은 11월 8일 시의회에 출석해 “(서울 편입은) 기본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존중해 따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여론 수렴 결과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다만 “무조건적 편입이 아니라,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점검하고 시민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차분하게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양에서도 곳곳에 ‘고양특례시를 서울특별시로’라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서울 편입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 일산신도시는 전통적인 서울 생활권이다. 베드타운(bed town) 성격이 강하기에 주민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2016년 3월~2017년 3월 이동통신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통행량이 가장 많은 곳이 고양(9만7054건)이었다.
고양은 전통적으로 진보 정치세력이 강세인 곳이다. 고양갑의 경우 4선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지역구다. 고양을·병·정 지역구도 민주당 한준호, 홍정민, 이용우 의원이 각각 현역으로 있다. 일산서구 고양정 지역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의원(3선)이 두 차례 당선한 곳이다. 일산 주민 사이에서는 같은 1기 신도시임에도 분당에 비해 부동산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불만이 적잖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양 주민들이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시장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오랫동안 국회의원, 시장 모두 민주당을 뽑아줬는데 결과는 분당에 못 미치는 집값”이라는 목소리와 “윤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를 보면 아무리 그래도 국힘(국민의힘)은 못 뽑아준다”는 여론이 공존한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동환 고양시장은 서울 편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 시장은 11월 7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수도권 재편으로 고양시를 리셋하자’ 제하 글에서 서울 인접 기초자치단체의 편입 움직임에 대해 “우려 반 기대 반 심정”이라며 “고양에서도 일부 시민단체가 현수막을 게시하고 수도권 재편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부 단체 의견을 보편화할 수 없는 만큼 시민 전체 의견을 묻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편입론, 지속성·전염성 높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꺼내 든 서울 편입론은 경기 각 지역으로 파급되면서 한동안 이슈몰이를 할 가능성이 적잖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지핀 서울 편입론이 ‘지속성’과 ‘전염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소구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르는 만큼 정권 중간 평가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컸는데,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서울 구상으로 전체 구도를 바꿨다”며 “여당 의원들이 관련 특별법을 발의해 이슈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성’이 있고, 여러 지자체에서 서울 편입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염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으로선 서울 편입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그렇다고 여당 주장에 적극 찬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4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