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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보다 신도시 아파트” 화성-수원-성남 집 사는 2030

입력 | 2023-11-13 03:00:00

출근시간 1시간 반이나 늘지만… 가족 위해 쾌적한 생활환경 선택
신도시 많은 화성-수원-성남 등
10채중 4채 2030세대가 사들여
“GTX노선 중심 젊은층 유입 늘것”




서울 용산구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김모 씨(35)는 동작구 본동 빌라에서 전세로 살다가 올해 2월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6억 원에 매입해 이사했다. 김 씨는 “출근 시간이 1시간 반 이상 길어졌지만 가족을 위해 생활 인프라가 좋은 신축으로 옮겼다”며 “서울 빌라보다 신도시가 생활의 질이 더 높다”고 했다.

젊은층의 신축 아파트 선호가 강화되면서 서울 대신 신도시를 택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도시가 많은 경기 화성, 성남, 수원 등지에서 10채 중 4채는 20, 30대가 사들였으며 구매 비중도 경기도 평균보다 높았다.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값이면 서울 외곽이나 구축 아파트보다 경기권 신도시 신축을 내 집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9월 아파트 매수자 중 20, 30대 비율이 경기도 평균(35.1%)보다 높은 곳은 화성(42.8%), 수원(41.7%), 성남(38.5%), 용인(37.6%)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는 동탄, 광교 등 수도권을 대표하는 신도시가 포진해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 3∼9월 서울 거주자가 가장 많이 전입한 곳은 고양(1만2133가구), 성남(9006가구), 용인(8350가구), 수원(7822가구), 남양주(7127가구), 하남(6082가구), 화성(5726가구) 순인데, 이들 지역에도 신도시가 집중돼 있다.

이에 서울에 거주하던 20, 30대 중 상당수도 신도시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서울에 살던 젊은층도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한 결과다. 직장인 김모 씨(32)는 2020년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신축 아파트 전용 84㎡를 약 4억 원에 구입한 뒤 ‘신도시 신축 예찬론자’가 됐다. 김 씨는 “도로, 가로등, 건물, 공원 등 인프라가 깨끗하고 혐오시설이 없어 주변에 이사를 추천한다”고 했다.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금액이면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 및 빌라 매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9월 하남 아파트 중위단위 매매가격의 ㎡당 평균은 1112만9000원으로 서울 하위 4개 구(강북·도봉·구로·금천구, 761만7000원)보다 높았다. 화성시(618만8000원), 수원시(613만6000원) 등도 서울 하위 4개 구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도시 인근에 대기업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이라는 점도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화성시 동탄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 씨(35)는 “올해 결혼한 배우자의 직장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라 동탄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전용 84㎡를 8억 원에 매수했다”며 “같은 값으로 서울 강북 지역은 매매가 가능하고 강남권에서도 전세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아내의 통근 편의와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기 위해 신도시를 골랐다”고 했다.

젊은층의 신도시 신축 선호에 신도시 아파트 중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10억3300만 원)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8월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102㎡는 직전 신고가(7월)에 비해 2억 원 오른 20억 원에 거래됐다. 하남의 위례롯데캐슬 전용 84㎡도 9월 12억 원에 거래되며 같은 달 세운 직전 신고가보다 3000만 원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선 젊은층은 브랜드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중후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영향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되면서 서울 구축이나 빌라를 고집할 이유도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신축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 넓은 지하주차장,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갖춰져 있어 젊은층의 생활 패턴에 맞다”며 “용인, 동탄 등 GTX 노선이 지나가는 곳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유입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