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조사국, 전방위 조사 속도 사건 늘며 국내 출장비 조기 소진 일부 사건, 대통령실 지시로 조사
‘가격 짬짜미’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 담합 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물가 상승기를 틈탄 부당한 가격 인상을 제재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물가 잡기 총력전에 공정위의 조사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한 해 국내여비(출장비)를 최근 모두 소진했다. 카르텔조사국은 서로 짜고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량을 줄이는 등 담합한 업체를 조사하는데, 올해 관련 사건과 담당 인력이 늘면서 출장비를 조기에 다 쓴 것이다.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예산을 출장비로 전용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비를 포함한 카르텔조사국의 인건비성 경비(비총액) 예산은 올해 1억170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7.6% 늘어난 바 있다.
공정위는 올 초부터 전방위 담합 조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카르텔조사국은 2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이 대출 금리나 수수료를 짜고 정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험, 증권사와 이동통신 3사에 대해서도 각각 보험금, 수수료, 요금 및 단말기 지원금을 담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된 수도권 주류 도매업 협회와 돼지고기 가공업체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에 나섰다. 주류와 돼지고기는 최근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린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린 대통령실과 정부에 보조를 맞춰 ‘물가 당국’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최근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일부 담합 사건의 경우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뤄지는 담합 조사의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점 또한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조사관 1명이 한 사건을 담당한다. 하지만 올해 초 착수한 금융·통신 담합 조사에는 사건당 2∼3명의 직원이 달라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독과점에 따른 국민 부담을 지적한 직후 공정위는 해당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달 1일 현장 조사를 시작한 돼지고기 가공업체 담합 의혹 역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등 조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 조사가 통상 2∼3년 이상 걸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