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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후 수풀에 숨은 30대 “내 차 맞지만 운전 안 했다”

입력 | 2023-11-13 08:27:00


시속 100㎞ 이상으로 과속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를 내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34)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2월 1일 오전 1시20분경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서 약 3㎞ 구간을 음주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15%의 만취 상태였던 그는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지정된 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의 과속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뒤 맞은편에서 주행하던 택시를 강하게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2대의 차량은 폐차될 정도 심하게 파손됐고, 택시운전사 B 씨(42)와 탑승객 C 씨(23)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탑승객 D 씨(22)도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를 낸 A 씨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인근 공원으로 달아나 수풀 속에 숨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수풀 속에서 자신을 찾은 경찰관에게 “사고 차량은 내 것이지만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도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상해를 입어 사고 발생과 피해자 사상이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상아 판사는 “이 사고로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이 모두 폐차해야 할 정도로 파손되는 등 충격 정도가 큰 사고였던 것은 맞다”면서도 “피고인은 운전사실을 부인하고, 음주측정엔 응했지만 채혈은 거부하는 등의 사실을 보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만 피고인이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202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