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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명의 유령법인 38개 세워 대포통장 유통 일당 덜미…1.8조 오갔다

입력 | 2023-11-13 10:16:00

노숙자 유인해 허위법인 38개 설립, 대포통장 125개 유통
직급·역할 나누고 수사기관 출석 시 대응법 등 치밀한 계획




노숙자 명의를 이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 125개를 유통한 조직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총책 A씨와 조직원 31명 등 32명을 검거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 검찰에 넘겼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9월께부터 경기·대전·대구 등 일대 노숙자 22명을 유인, 이들 명의로 실체 없는 허위 법인 38개를 만들고 법인통장 125개를 개설한 뒤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실장, 팀장, 대리 등 직급을 정하고 ‘통장개설팀’과 ‘A/S팀’ 등 역할을 나눠 범죄를 저질렀다.

통장개설팀은 주거가 불량한 노숙인이나 신용불량자에 100만~200만 원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접근, 인감증명서 등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법인을 만든 뒤 금융기관에 대리인 자격으로 방문, 통장을 개설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은 총책 A씨를 통해 월정액 80만~300만 원 대여 방식으로 범죄조직에 제공됐다.

범죄조직으로 통장이 넘어간 뒤에는 A/S팀이 법인 서류와 통장 계좌 등 서류를 지속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A씨 등은 수사망이 조직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막고자 규 조직원부터 가명을 쓰고 실명을 모르게 하고 대포차와 대포폰을 사용했다. 또한 각 팀이 서로 사무실 위치를 공유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통장 개설 하부 조직원이 수사기관에 출석할 것을 대비해 ‘인터넷 고수익 알바’라는 허위진술까지 만들어 두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유통한 125개 통장 계좌는 전화금융사기와 도박사이트 등 범죄조직에 이용됐다. 이들 통장 거래내역은 모두 1조8200억 원에 달한다. 범죄조직 피해자는 101명이다.

범죄조직은 1차 계좌(54개)로 5501억 원을 입금한 뒤 나머지 71개 계좌를 돈세탁을 위한 2~3차 계좌로 이용했다.

경찰은 지난 3월 통장 개설책으로 활동한 B씨로부터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여 32명을 검거하고 이미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9명 외 주요 조직원 2명을 구속 상태로, 나머지 조직원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아울러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된 71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처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대포통장으로 추정되는 900개 법인 계좌 정보를 추가 발견,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며 “추가 가담자를 끝까지 추적해 전원 검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조직의 물적 기반인 대포물건 등 범행수단 차단을 위해 지속적인 단속을 전개,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명의를 대여하고 대포물건을 생성하는 범행에 가담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