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운데)가 2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자 둘 다 명문 스탠퍼드대 교수인 그의 부모가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뉴욕대 교수이자 비평가 케이티 로이프는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 ‘왜 우리는 샘 뱅크먼프리드 부모에 이렇게 집착하는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수억 달러 가치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에서 사기꾼 범죄자로 전락한 샘 뱅크먼프리드(31)의 드라마 같은 실패 뒤에는 엘리트 부모의 ‘역할’이 있었다는 얘기다. 11일로 FTX가 파산 신청한 지 1년이 됐다. 이후 뱅크먼프리드의 사기, 횡령 등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뱅크먼프리드 아버지 조셉 뱅크먼은 미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스탠포드대에서 세금 및 금융규제를 가르친 명망 있는 교수다. 어머니 바바라 프리드 역시 하버드대를 거쳐 스탠포드대에서 법 윤리를 강의해왔다.
WSJ와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언론에 따르면 법조계에서 존경을 받던 이 엘리트 부부는 월가와 실리콘밸리 큰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자랑했다. 뱅크먼프리드가 20대에 FTX를 창업하면서 막대한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부모 인맥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FTX 고문 변호사를 맡은 아버지 뱅크먼은 자신의 연봉으로 20만 달러를 받게 되자 아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부부는 또 FTX로부터 각각 1000만 달러, 1640만 달러에 달하는 호화 주택도 받았다. 이 때문에 FTX 새 경영진은 “아들과 아들의 사업 동조자들이 대규모 사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사기임을 드러내는)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며 이 부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WP는 “부부도 뱅크먼프리드 사기 혐의에 가담한 장본인으로 형사 기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들에 대한 맹목적 사랑도 문제로 꼽혔다. 뱅크먼프리드는 그동안 법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음에도 부부는 아들의 결백을 굳게 믿는다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WSJ는 “스탠포드대 교수의 자녀(뱅크먼프리드)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더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을 것”이라며 부모가 아들의 오만을 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