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부터 656조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 편성에서 약자 복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40개 사업에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買票) 예산을 배격했다”던 긴축 예산을 다시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선심성 돈 풀기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 방향을 발표하면서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청년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물론 민생을 위해 시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 증액할 수 있다. 하지만 천 원의 아침밥 지원 확대, 건강보험 임플란트 지원 확대, 명절 기간 전 국민 대상 반값 여객선 운영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 사업을 위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기존 예산에서 어떤 항목을 줄여야 하는지 구체적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올해보다 2.8% 증가한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긴축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19년 만의 가장 작은 증가 폭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지원금을 받다가 못 받으면 ‘탄핵시키겠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하려면 하라”고까지 말하면서 건전재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의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정부는 행정 최일선에 있는 이장·통장의 기본수당 기준액을 내년부터 4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총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