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활용해 아들 성공 도왔으나 주체못할 돈 앞에 판단력 흐려져 아들 실패 뒤엔 엘리트 부모”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2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자 둘 다 명문 스탠퍼드대 교수인 그의 부모가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이 굉장히 극적인 가족 이야기는 부모 사랑의 비뚤어진 효과뿐 아니라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특권과 선한 의도도 자녀를 스스로(의 문제)에게서 구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 준다.”
뱅크먼프리드 아버지 조지프 뱅크먼은 미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스탠퍼드대에서 세금 및 금융규제를 가르친 명망 있는 교수다. 어머니 바버라 프리드 역시 하버드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법 윤리를 강의해왔다.
굴지의 로펌 파트너 변호사 대신 교수직을 택하고 지적인 토론 모임을 이끌면서 윤리와 정의를 강조해온 엘리트 부부가 어떻게 아들의 수조 원대 횡령은 방관했을까. 로이프는 아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공과 주체하지 못할 만큼 많은 돈 앞에서 부부의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설명했다.
FTX 고문 변호사를 맡은 아버지 뱅크먼은 자신의 연봉으로 20만 달러를 받게 되자 아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부부는 또 FTX로부터 각각 1000만 달러, 1640만 달러에 달하는 호화 주택도 받았다. 이 때문에 FTX 새 경영진은 “아들과 아들의 사업 동조자들이 대규모 사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사기임을 드러내는)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며 이 부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WP는 “부부도 뱅크먼프리드 사기 혐의에 가담한 장본인으로 형사 기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들에 대한 맹목적 사랑도 문제로 꼽혔다. 뱅크먼프리드는 그동안 법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음에도 부부는 아들의 결백을 굳게 믿는다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WSJ는 “스탠퍼드대 교수의 자녀(뱅크먼프리드)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더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을 것”이라며 부모가 아들의 오만을 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