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23] ‘경영전략 석학’ 루멜트 UCLA 명예교수 “쿠팡 물류 투자도 용기있는 행보 직면한 어려움 제대로 진단하고, 과제에 초점 맞추는게 좋은 전략 AI-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고위급 회의체 ‘전략공장’ 운영을”
경영 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사상가인 리처드 루멜트 미국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크럭스’에 초점을 맞춘 전략 수립 방법론을 개발해 글로벌 기업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왕성한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서 강연하는 루멜트 교수의 모습. 동아일보DB
“기업 리더들이 전략을 비전이나 목표와 혼동하면서 정작 현재 처한 중대한 문제를 간과할 때가 많다. 전략은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 일명 크럭스(Crux)를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경영 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사상가인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크럭스는 암벽 등반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구간을 뜻하는 용어다. 최근 신간 ‘크럭스’를 출간한 그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에서 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좋은 전략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루멜트 교수는 10년 전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의 연사로 나서 나쁜 전략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지적해 호응을 얻었다.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왕성하게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기업들의 전략 수립을 도우면서 기업이 전략 수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문제를 진단하는 첫 번째 단계임을 깨달았다”며 “기업이 핵심 과제에 집중해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론으로 ‘크럭스’라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이유”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동성과 복잡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크럭스의 중요성을 높이는 이유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메가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직면한 어려움을 제대로 진단하고 과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좋은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과 지정학적 위기로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는 크럭스 개념이 전략 수립에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럭스에 집중해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한 기업의 사례로 루멜트 교수는 로켓 발사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한 민간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를 꼽았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는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에 일찍부터 매달렸는데 로켓을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한번 사용한 로켓을 재활용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업계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복잡한 로켓을 개발하느니 로켓을 하나 더 만들어 쓰고 버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로켓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크럭스에 끈기 있게 천착했다. 그리고 기존 로켓이 180도 회전해 착륙하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도출했다. 루멜트 교수는 “문제를 무시한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뛰어난 리더는 복잡하게 얽힌 이슈 중에서 아주 중요하면서도 해결 가능한 구간인 크럭스를 찾아내 여기에 초점을 맞춰 최선의 대안을 도출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쿠팡과 LG전자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루멜트 교수는 “쿠팡이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결단이자 미래지향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는 LG전자에 대해서는 “독특한 디자인과 탄탄한 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어려운 전략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