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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집 팔아 현금 많다” 부동산 구입 독식하는 美베이비부머

입력 | 2023-11-14 18:37:00

미국 동부 워싱턴,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인근의 주택을 중개하는 한 부동산 홈페이지에서 예시로 올린 주택 사진. 알링턴부동산(arlingtonrealty) 홈페이지 캡처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할아버지 세대가 첫 내 집마련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손주세대를 밀어내고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간) 전했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의 매물이 감소하면서 생애 첫 내집마련을 하고자 하는 젊은 구매자들이 노년층에게 밀려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WP는 미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주택을 산 사람들 중 처음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비율이 32%까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주택을 산 나머지 68%는 다주택자이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하고 다른 주택을 새로 매입했다는 얘기다. WP는 1981년 시행한 첫 조사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비율은 이보다 높은 38%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주택 구입 연령도 늦춰졌다. 2015년까지만 해도 처음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중위 연령(중간값)은 31세였지만, 올해는 35세로 약 4년이 늦춰졌다.

과거 주택을 매입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중 올해 주택을 또다시 매입한 사람들의 중위 연령도 1981년 36세에서 올해 58세로 바뀌었다. 약 40년 만에 22년이 늦춰진 셈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는 올해 미국 부동산 매물량의 감소, 학자금 대출 등의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과 달리 넉넉한 은퇴자금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산 현황 등이 꼽힌다.

제시카 라우츠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 매물에 여러 건의 매수 제안이 들어오면, 결국 현금 구매자가 경쟁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노년층들만이 기존의 집을 팔아 새 집을 사들일 현금을 마련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NAR에 따르면 올해 주택 판매자의 중간 연령은 60세였다. 미시간주의 부동산 중개인 티나 도일 또한 “이미 자녀들을 독립시킨 노년층의 경우 큰 집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청년층과 수요가 겹친다”고 덧붙였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