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한신옹기 1967년 문 열고 1년 365일 영업… 예전엔 항아리, 현재는 술잔 ‘인기’ “한국풍 느끼러 온 외국인이 80%” 둘째아들 부부가 가업 이을 예정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방촌 입구에 있는 옹기가게 ‘한신옹기’에서 신연근 대표가 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6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한신옹기는 1967년 문을 연 이후 해방촌의 명물로 자리잡으며 반세기 넘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은 사진은 한신옹기의 간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해방촌.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5분 정도 걷자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옹기들이 늘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는 작은 크기부터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큰 항아리까지, 크고 작은 옹기 100여 개가 반질반질한 표면을 자랑했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1945 용산 해방촌’ 간판을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은 56년 전통의 옹기가게 ‘한신옹기’다.
● 반세기 넘게 한자리서 영업
한신옹기는 1967년 해방촌에 문을 열었다. 6·25전쟁 이후 서울역과 가까운 곳에 실향민과 이주민이 모여들며 동네가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자동차 수리공이었던 남편의 벌이가 변변치 않자 신연근 대표(87)가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가게 이름도 남편(한태석)과 자신의 성을 한 글자씩 가져와 지었다.
지금은 간판 역할을 하는 노란색 글자 ‘한신옹기’ 옆에 옹기 모양 그림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표시가 붙어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메주 등을 담을 수 있는 큰 항아리부터 찻잔, 술잔 등 갖가지 옹기가 손님을 반겼다.
신 대표에 따르면 가게가 가장 잘됐을 때는 1980년대였다. 이웃에 옹기가게가 5개나 더 생겼을 정도였다. 미군부대 앞이라 부대가 오고 갈 때 컨테이너 화물로 짐을 부쳤는데, 항아리는 본국에 보내는 단골 선물이었다. 미군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이 장을 담근다며 항아리를 여러 개씩 사 가기도 했다. 신 씨는 “옹기를 팔고 받은 돈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다 보니 앞치마가 늘어나 무거울 정도였다”며 웃었다.
● 연중무휴 365일 열린 문
해방촌의 명물이 된 한신옹기는 2016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옹기라는 한 품목을 고집하며 오랜 세월 뚝심 있게 장사해 온 할머니의 정신이 깃든 곳으로, 빛바랜 간판과 가게의 풍경이 지나온 세월을 깊이 느끼게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에게 오랜 세월을 함께한 옹기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귀한 옹기를 찾아온 손님을 헛걸음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1년 365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 그는 “남편과 일찍 사별한 후 옹기를 팔며 6남매를 키웠다”며 “그야말로 옹기와 인생을 함께한 것”이라고 했다. 신 대표가 은퇴한 후에는 2002년 가게 소유권을 이전받은 둘째아들 부부가 가업을 이을 예정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