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타율-평균자책 등 1위
탄탄한 전력으로 통합우승 이뤄
선수 육성-FA 영입도 성공
첫 우승 염경엽 감독 “내년에도 V”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프로야구 LG 선수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명예를 얻었다. 그리고 연봉 외에 적지 않은 가욋돈도 기다리고 있다. LG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포스트시즌 배당금 약 30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구단 보너스 15억 원을 더해 약 45억 원을 나눠 갖게 된다. 우승팀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우승의 맛’이다.
그렇지만 LG 선수단의 시선은 이미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LG를 정상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13일 우승 확정 후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달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주장 오지환은 한술 더 떠 “우리는 왕조 시기를 누릴 것이다. 이 멤버 그대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올해 LG는 다른 9개 팀을 압도하는 막강한 전력으로 통합 우승을 거뒀다. LG는 올해 6월 27일 이후 한 번도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팀 타율(0.279)과 팀 평균자책점(3.67), 팀 도루(166개)도 모두 1위였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선수층이 가장 두껍고, 주전과 백업 선수 간 차이가 가장 적은 팀이 LG였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로 최고 인기 팀이 된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눈앞의 성적과 선수 육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고, 감독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신예 선수들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박병호(KT) 등 LG를 떠나 잠재력을 터뜨린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LG는 이제 젊은 선수들을 가장 잘 키우는 팀이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오지환,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등은 모두 LG의 지명을 받아 LG에서 데뷔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 이정용, 유영찬, 백승현 등 투수 필승조도 모두 LG에 스카우트돼 LG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취약한 포지션은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와 채웠다. LG는 2017년 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외야수 김현수를 4년 115억 원에 잡았다. 4년 후엔 ‘4+2년’ 115억 원에 김현수를 잔류시켰다. 2021년 말 4년 60억 원에 영입한 외야수 박해민은 공수 양면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 원에 데려온 포수 박동원은 안정적인 투수 리드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 제패의 공신이 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LG 선수들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값진 경험도 쌓았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신구 조화가 잘되어 있다. 매년 어린 선수들을 한두 명씩 더 키워낸다면 지속적인 강팀으로 갈 수 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