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출간한 한국계 美 작가 이창래
“한국인 피 섞인 백인청년 모험… 정체성 찾기 통해 삶의 본질 그려
미국서 디아스포라 문학 인기… 다양하게 변하는 세상 못 막아”

이창래 작가는 과작(寡作)으로 유명하다. ‘타국에서의 일 년’은 2014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펴낸 지 7년 만인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이 작가는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바쁘다. 난 매일 조금씩 언어를 만들어 내는 느린 작가”라고 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이 작가는 1995년 미국 사회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국인 2세 이민자 이야기를 그린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으로 펜·헤밍웨이상을 수상하는 등 영미문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가해자인 일본인 군의관의 시점에서 ‘위안부’의 실태를 다룬 ‘척하는 삶’ 등 한국 근현대사에 휩쓸린 이들의 삶을 주로 그렸다.
틸러가 미숙한 청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미국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하며 젊은 학생들과 만난 경험이 반영됐느냐고 묻자 그는 “소설에서나마 학생들이 세상에서 마주할 투쟁을 그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전 늘 나이를 먹지만 학생들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항상 희망, 걱정,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요. 학생들과 대화하는 일은 항상 저를 젊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사건들을 다시 마주할지라도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나요?”
감각적인 문장으로 정평이 난 그는 신작에서도 인간의 감각에 천착한 문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소설에서 틸러는 자신이 지나쳐 온 여러 도시를 떠올리며 “대학교의 오래된 참나무 책상 서랍을 열면 피어오르는, 먼지 낀 곰팡이 냄새”, “은하수처럼 펼쳐진 탁 트인 푸른 바다라는 필터를 수 킬로미터나 거친 산들바람”을 떠올린다. 이 작가는 “나는 항상 신체와 감각에 대해 글을 쓰는 데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소설 역시 우리가 직면한 삶의 질감과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담으려 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산문학(디아스포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 등 한국 이산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묻자 “세상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은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