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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인 악용…장애인 숙부 아파트 팔아 돈 챙긴 조카, 2심 ‘집유’

입력 | 2023-11-15 10:25:00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3.7.24. 뉴스1


장애가 있는 숙부의 아파트를 팔아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조카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 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자신의 숙부이자 발달장애인인 60대 남성 B 씨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 씨는 2019년 B 씨의 성년후견인 지위를 신청했다. 성년후견제는 질병·노령 등의 이유로 사무 처리가 힘든 성인이 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나 일상생활을 지원받는 제도다.

A 씨는 이듬해인 2020년 B 씨 명의의 서울 동대문구 소재 아파트를 대리인 자격으로 법원의 매매 허가를 받아 처분했다.

법원은 B 씨 소유 아파트 매매를 허가할 때 아파트 판매금을 B 씨 통장에 보관하고 사용 시 관련 내역을 보고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빼돌린 A 씨는 사용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고, 실사를 통해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

A 씨는 아파트 매매대금을 10억 원가량의 현금으로 바꾼 후 베트남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억 원가량을 골프장 사업에 투자하거나 타인에게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횡령금 5억8120만 원을 B 씨에게 지급할 것을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년후견제의 안정적인 운영과 피후견인의 두터운 보호를 위해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범죄행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6개월이 넘는 구금 생활 동안 범행의 중대성과 책임의 엄중함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된 형량을 선고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원심의 배상명령에 따라 7229만 원을 추심해 피해도 일부 회복됐다”며 “피고인이 횡령한 금원 대부분을 베트남 사업에 투자 내지 대여했는데 올해 말까지 갚겠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는 등 회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