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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이혼했어도 자녀는 엄마, 아빠 마음껏 볼 수 있어야”

입력 | 2023-11-15 15:56:00

서울가정법원 개원 60주년
‘2023 서울가정법원 국제 콘퍼런스-면접교섭’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부모가 이혼했더라도 자녀가 불안이나 위험 없이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면접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해 면접교섭보조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갈등이 심한 이혼 가정의 경우 부모 중 한쪽이 면접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녀들이 부모를 만날 기회를 일방적으로 제한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15일 개원 60주년을 맞이해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법관들과 학자들을 초청해 ‘2023 서울가정법원 국제 콘퍼런스-면접교섭’을 열었다. 이날 콘퍼러스에선 각국의 면접교섭권 지원제도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면접교섭 모델을 논의했다.

‘면접교섭 지원 및 이행확보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한 이광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면접교섭을 둘러싼 부모의 갈등 및 대립 심화로 자녀의 복리가 침해되는 사건을 많이 본다”며 “갈등으로 면접교섭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는 면접교섭보조인 제도를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면접교섭권이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중 한쪽이 자녀와 일정 시간을 만날 수 있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예컨대 이혼한 부부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양육권이 없는 배우자가 자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법원이 개입해 자녀와 부모의 면담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양측의 동의 하에 ‘면접교섭센터’ 등을 이용하는게 원칙이지만, 실제론 부모 한 쪽이 이혼 상대방과 접촉이 껄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면접 교섭에 응하지 않거나 정해진 규칙에 따르지 않고 불성실하게 임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하에 면접교섭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카렌 빌다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 판사는 “독일에서 면접교섭의 제한은 폭력 등 아동에 위협이 되는 등의 경우 법원의 엄격한 판단하에 가능하다”며 “대신 면접교섭보조인이 갈등을 겪는 이혼 부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면접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미국 등의 면접교섭제도 운영과 관련해 발표자로 참여한 버나뎃 드수자 미국 뉴올리언스 가정법원 판사에게 한국 가정법원 판사들의 질문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정익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한국에선 원칙적으로 이혼 가정의 경우 단독으로 양육자를 지정하는 게 관례인데, 미국에서 공동양육이 원칙이라는게 감명 깊었다”며 “공동양육자인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드수자 판사는 “뉴올리언스에서는 기본적으로 부부가 양육에 있어서 동등하다고 보고 월화, 수목 등으로 양육시간을 배분하고, 부모 간의 갈등 발생하면 법원에서 지정한 코디네이터가 면접교섭 세부사항을 조율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면접교섭권을 미이행한 부모에 대한 보다 강한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이 면접교섭 결정을 내렸음에도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반면 독일에서는 면접교섭 결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법원이 의무자에 대해 질서금(과태료) 또는 구금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