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 대표 발의에 “군공항 이전 여지” 비판 “화성·수원 갈등만 부추길 것…당장 멈춰달라” 요구 정명근 시장 “화성시 자치권 침해…입법 저지 총력” 범시민대책위, 17일 국회 앞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경기 화성시의회 제공
“수원 군 공항 화성 이전을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추진하는 것은 화성시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김경희 경기 화성시의회 의장 등 의원들은 15일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화성시민의 동의 없는 입법 추진을 당장 멈추라”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화성시와 시의회는 수원 군 공항 이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강제로 군 공항을 이전할 법적 근거가 될 여지가 있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2017년 2월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으나 화성시의 반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의회 제공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이 발의한 법안은 종전 군공항이전특별법의 효력을 무효화하고, 이전 부지 지자체의 반대할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김 의장은 2020년 7월에도 이전 부지 지자체장의 거부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 넘게 계류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새 법안을 발의한 것은 화성시와 수원시의 갈등만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성시민의 동의 없이 특별법 만능주의에 편승해 지역 분쟁을 일으키는 이번 특별법은 입법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라며 “국민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국회의장 본연의 본분과 품격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두 법안에는 수원 군 공항을 화성 화옹지구로 옮겨 경기남부국제통합공항으로 건설하고, 기존 수원 군 공항 부지에는 ICT, 바이오 등 ‘K-실리콘밸리’ 산단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 동아일보DB
정명근 화성시장도 전날 김 의장이 특별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자치권을 침해하는 지역 차별 특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해 당사자인 화성시민이나 화성시장과 아무런 협의 없이 수원 군 공항의 화옹지구 이전을 명시해 화성시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수원에는 첨단 산단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주는 반면, 화성에는 오롯이 희생과 피해를 강요하는 ‘지역 차별 특별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 시장은 또 “비민주적이고 반시대적인 특별법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라며 “화성시장으로서 시민과 함께 ‘수원시 맞춤 특별법’의 입법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