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고령 환자가 대다수… 판막 교체 수술 땐 사망률 높아 허벅지 동맥으로 판막 삽입하는 ‘타비 시술’ 위험성 적고 효과 커 보건복지부 인증 기관서만 가능
인하대병원 박상돈 교수(심장내과·오른쪽)가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타비 시술)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임현자(가명·92) 씨는 최근 복부팽만으로 마치 만삭 산모처럼 배 부위가 부풀어 올랐다. 호흡곤란까지 느낀 그는 인근 병원을 찾았는데 초음파 검사 결과 난소에 큰 물혹이 생겨 크게 불어나 있었다.
병원 측은 난소 물혹 제거를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신 마취 수술 준비를 위한 평가검사에서 임 씨에게 ‘대동맥판막 협착증’(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통상적인 수술로 치료해 왔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고령에 만성 질환자여서 심장 수술 분야에서는 고위험 수술로 인식된다. 임 씨는 90세가 넘은 고령인 데다 만성 질환도 앓고 있는 고위험 환자로 분류돼 장시간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결국 임 씨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타비 시술)’과 물혹 제거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인하대병원으로 전원됐다.
박 교수에 따르면 노화 등의 이유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으면 심장에서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해 호흡 곤란, 흉통 등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흉·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는 2016년 약 2만6000명에서 2021년 3만7000여 명으로 42% 늘었다.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가 나가는 관문으로, 정상 판막은 마치 종이처럼 펄럭일 정도다. 하지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판막이 딱딱해져 열리지 않는다. 이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사 위험률이 높은 질환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판막 교체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 가슴을 열고 기능이 저하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타비 시술이 치료법이다.
임 씨와 같은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고령 환자는 수술 사망률이 높고 합병증 등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술에 비해 위험성은 작은 타비 시술은 인증받은 기관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수술 건수 등 엄격한 기준을 근거로 인증하고 있는데 시술은 인증 기관에서만 가능하다.
박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에 주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타비 시술은 고령층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에게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치료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