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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해진 이불 보니 마음까지 따뜻해집니다”

입력 | 2023-11-16 03:00:00

광주 동구 지원동 동구라미 빨래방
거동 불편한 이웃 이불-옷 세탁… 자원봉사자 738명 두 곳서 힘 보태
내일 세 번째 빨래방 개소식 앞둬… “안부 확인 등 복지 서비스 강화”



동구라미 빨래방 자원봉사자 서향자 씨(왼쪽)와 최애숙 씨가 14일 광주 동구 지원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겨울 이불을 말리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4일 오전 8시경 광주 동구 지원1동 행정복지센터 1층 동구라미 빨래방. 겨울 이불을 챙기는 자원봉사자 서향자 씨(69·여)와 최애숙 씨(56·여)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몸이 불편한 이모 할머니(82) 집에서 가져온 이불을 세탁기에 넣은 지 1시간 50분 만에 묵은 냄새가 싹 가셨다. 물을 잔뜩 먹은 이불을 다시 건조기에 넣어 3시간 동안 말리자 깔끔한 새 이불이 됐다. 건조대에 널어 놓고 재차 말려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할머니 집에 가져다 주자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는 잘 걷지를 못해 무거운 겨울 이불을 세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탁기도 작아 이불을 빨 방법도 없었다. 아예 거동을 못 하는 할아버지(89)의 병수발까지 해야 하는 할머니에게 빨래방 자원봉사자들은 ‘수호천사’나 다름없다. 할머니는 “날씨가 추워져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깨끗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게 됐다”며 서 씨와 최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서 씨와 최 씨는 2021년 3월 동구라미 빨래방이 생길 때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홀몸노인, 장애인 등 100여 가구에서 이불, 옷 등을 가져와 세탁한 뒤 다시 가져다준다. 이불 1, 2개를 세탁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른다. 동구라미는 동구 주민들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 씨는 “추위가 시작되면서 이불, 옷 등 세탁 물량이 늘었다”며 “깨끗한 세탁물을 받고 좋아하는 이웃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원1동은 주민 9083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2074명(23%)으로 고령층이 많이 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460명으로, 전체 주민의 5%에 달한다. 노인과 소외계층이 많아 빨래 서비스가 절실힌 동네다. 지원2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주 동구자원봉사센터는 202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를 통해 지원1·2동에 동구라미 빨래방을 마련했다. 자원봉사자 738명이 빨래방 2곳에서 3년 동안 취약계층 726가구에 찾아가는 빨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순권 광주 동구자원봉사센터 센터장은 “빨래 서비스가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는 안전망 역할도 하고 있다”며 “빨래 서비스 외에 이미용, 집수리 봉사 등 통합복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는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온정도 나누는 동구라미 빨래방을 늘릴 계획이다. 동구자원봉사센터는 17일 충장동 마을사랑채에서 세 번째 동구라미 빨래방 개소식을 연다. 충장동 동구라미 빨래방은 한전KPS, 전남대병원이 후원해서 마련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연말까지 계림1동, 산수2동에 빨래방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라며 “빨래방이 포근한 이불처럼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따뜻한 공동체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